[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iOS 버전에 듀얼앱 기능을 적용한다고 8일 발표했다. 안드로이드는 상반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업계에서는 3월 경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듀얼앱은 네이버 모바일 구버전과 신버전을 동시에 확인해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며 베타 테스터 확보를 통한 자료 수집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을 두고 네이버가 신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정도 상실한 것 아닌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네이버에 듀얼앱 기능이 적용된다. 출처=네이버

격동의 네이버 모바일
네이버는 2018년 소위 드루킹 파동을 온 몸으로 겪으며 정치적 풍파에 휘말렸다. 드루킹이 매크로를 통해 포털 뉴스 댓글 여론을 조작했다는 폭로가 나오며 국내 포털 업계의 강자인 네이버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집중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털 사이트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당시 강지연 자유한국당 수석전문위원은 “포털 뉴스 아웃링크는 물론, 네이버 랭킹뉴스 전체를 재고해야 한다”면서 “뉴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기며 여론 왜곡 현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은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2017년 구글과 여론전을 펼치던 시기 네이버는 스포츠 콘텐츠 임의 배치 논란에 휘말리며 플랫폼 공공성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드루킹 사태까지 번지며 플랫폼의 네이버는 시련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네이버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모바일 첫화면 개편안을 공개했다. 그린윈도우를 중심으로 검색창을 강조하는 한편 그린닷이라는 인터랙티브 버튼을 배치했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검색으로 풀어낸다는 각오다. 기존 이스트랜드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웨스트랩은 콘텐츠 인터페이스를 스와이핑으로 풀어내며 시선을 모았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을 덜어내며 연결이라는 기본적인 역량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변화지만, 그린윈도우 중심 인터페이스는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고 그 외는 최대한 충격을 적게 주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기능을 강화한, 소위 구글형 개편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이 꼭 드루킹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드루킹 논란을 의식한 네이버의 초강수로 이해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후 모바일 신버전 베타 테스트에 돌입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능이 등장하거나, 혹은 사라지기도 했다. 동시에 구글형 신버전의 한계도 뚜렷해졌다.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신버전 트래픽 유입율이 기존 버전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 한성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신버전 안착 목표...듀얼앱 등장 "자신감은?"
네이버가 야심차게 신버전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으나, 내외부에서는 그 성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듀얼앱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용자 요구를 반영하고 그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모바일 신구 버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앱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듀얼앱은 iOS 버전에 먼저 도입됐다. 네이버는 "iOS 베타 버전의 경우, iOS 마켓 정책상 1만명으로 참여인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구 버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앱은 베타 테스트가 아닌 업데이트로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테스터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듀얼앱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버전의 시장 안착이며, 이를 위해 많은 베타 테스터들이 신버전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iOS는 정책 상 1만명 이상의 베타 테스터를 모을 수 없기 때문에 신버전 확장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베타 테스터가 아닌 업데이트로 전환하면 이용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iOS 정책을 파고들어 듀얼앱을 공개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네이버는 "궁극적으로 듀얼앱을 통해 신버전이 자연스럽게 안착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상반기 안드로이드 듀얼앱 전환도 비슷한 목적을 가졌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조치를 두고 '지극히 조심스러운 정책'이라고 평하고 있다. iOS의 베타 버전 규정에 막혀 1만명 이상의 베타 테스터를 모을 수 없고, 이러한 정책이 신버전의 확산을 막기때문에 업데이트라는 우회 전략으로 신버전을 확대시킨다는 전략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많은 베타 테스터를 모을수록 네이버는 신버전 홍보 효과를 누리는 한편 다양한 이용자 데이터를 모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듀얼앱 방식을 고수하는 장면이다. iOS 버전에서 신버전을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 아예 업데이트를 통해 신버전을 유포하는 방안도 있지만, 굳이 구버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앱 카드를 빼들었다. 신버전에 대한 명확한 확신이 없다는 증거로 보인다. 네이버도 "자연스러운 안착을 위해 듀얼앱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신버전 베타 테스트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대목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당초 지난해까지 베타 테스트를 단행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버전을 정식 서비스한다고 말했으나, 지금은 베타 테스트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듀얼앱 기능을 통해 구버전을 당장 포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노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는 "베타 테스트 기간 종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일각의 공격을 고려하면서도 듀얼앱을 추구하는 지점도 미묘하다. 실제로 네이버의 듀얼앱 적용 소식이 알려진 직후 네이버의 뉴스 편집권에 불만이 있는 언론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가 드루킹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친 모바일 첫화면 개편 과정에서 듀얼앱을 선택했을 경우 이와 같은 일각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 네이버는 결국 어떻게든 듀얼앱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는 신버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도록 만든다.

▲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지금도 실험중
네이버는 듀얼앱 소식과 동시에 베타 테스트의 성과 일부도 공개했다.

웨스트랩은 플레이스 정보와 결합해 주변의 공방이나 카페, 또는 이벤트 일정을 확인하고, 공연, 전시회, 영화 등의 추천부터 예약까지 가능한 '뭐하지' 판이 새롭게 추가됐다. 또한 트렌드판에서는 패션, 리빙, 펫 등 다양한 분야에 AiTEMS의 추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패션 분야에 보다 집중한 시도들도 계속될 예정이다. 모바일 홈에서는 이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다양한 편의 기능들이 추가됐다.

그린닷도 진화하고 있다. ▲그린닷 내 검색 도구들의 플리킹(flicking) 사용성을 개선하고, ▲비쥬얼 서치 서비스 스마트렌즈의 경우 카테고리를 QR/바코드, 와인라벨, 상품라벨 등으로 더욱 세분화해 사용자가 더욱 직관적으로 이미지검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조만간 오디오 플레이어 기능도 제공된다. 네이버 디자인설계 김승언 총괄은 “약 4개월 간의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UI도 수시로 변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와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3000만의 다양성이 네이버 개편의 핵심인 만큼, 듀얼앱 기능을 통해 많은 사용자들이 새로운 네이버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성을 더욱 면밀하게 분석해 다양한 기술적 시도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실험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