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위기에 봉착했다. 국내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장기화하면서 프랑스 르노그룹이 신차 배정을 못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닛산 로그는 생산물량의 절반, 수출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차량이다. 르노삼성이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한다면 수출 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8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을 통해 “노조 파업이 지속해 공장 가동시간이 줄어들고 새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면 르노삼성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로스 부회장은 또 “부산 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79.9%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에 닛산 로그의 생산 연기나 로그를 대체할 후속 차종을 배치한다. 그러나 르노그룹은 이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닛산의 로그물량을 수탁 생산하고 있다. 수탁 생산 계약은 오는 9월로 종료된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수출한 로그 물량은 10만7245대다. 이는 회사 전체 수출의 78%, 전체 판매량의 47%를 차지한다. 로그 생산 물량이 부산공장 가동률을 책임질 만큼 절대적인 만큼 후속 물량 배정이 필요하다.

르노삼성은 2014년에 로그 물량 배정을 놓고 일본 닛산 규슈공장과 경쟁을 벌였다. 당시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프랑스 르노공장의 약 80% 수준이었기 때문에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신차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슷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르노삼성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은 2017년 기준 8000만원에 이른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월 29일 열린 임단협 제13차 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10만667원)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 동안 28차례(104시간) 파업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에 따르면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로그 후속 물량을 두고 그룹차원에서 배정을 꺼리는 상황”이라면서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노조가 곧장 파업에 돌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상이 원만히 진행된다면 후속물량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르노와 닛산이 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노조의 신경전은 득보단 실이 큰 상황”이라면서 “협상을 조속히 해결해 원만한 노사 구도를 형성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