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국제유가가 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거래일 대비 2.5%(1.37달러) 내린 배럴당 52.6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71%(1.06달러) 하락한 배럴당 61.6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 소식과 리비아 생산재개 가능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을 주시했다.

당초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역협상 마감 시한인 3월 1일 전에 무역협상을 최종 타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대중국 수입 관세율인상 여부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양국 협상이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 뉴스 인터뷰에서 "미·중이 협상을 타결하려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리비아 사라라 지역의 원유 생산이 재개될 것이란 보도도 유가 하락 압력을 가했다. 전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비아 정부군이 반군에 점령됐던 최대 유전 사라라 지역을 수복했다면서, 원유 생산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사라라 유전은 하루 평균 31만 배럴가량을 생산하던 곳으로 작년 12월부터 폐쇄됐으며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코메르츠방크는 "리비아 산유량이 다시 증가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행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날 유럽연합(EU)이 유로존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더해졌다. 독일의 작년 12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4% 감소해 시장 예상치 0.8% 증가를 한참 밑도는 등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잇달아 나왔다.

다만 OPEC의 감산 이행은 유가 상승을 지지한다. 일부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1월 산유량이 하루 평균 1024만 배럴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감산 합의 당시 목표로 한 것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무역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우려 등이 유가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진단했다. 올레 한센 삭소뱅크 원자재 전략 대표는 "수급 펀더멘털은 최근 유가 상승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했다"면서도 "시장에는 아직 실현되지는 않은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가능성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