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61~85㎡ 평형은 54%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중소형 아파트의 전성시대를 드러냈다. 출처=한국감정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아파트 시장의 중소형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자들의 중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가중되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 청약시장에 맞춰 건설사들의 상품 구성 역시 중소형 쏠림현상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수요자들 역시 실거주와 투자가치 모두에 있어 유리한 중소형 평형을 선호하는 반면, 대형 아파트는 일부 계층에 특화된 공급 양상을 보였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거래는 총 132만1341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물건의 거래량은 115만6956건으로 전체의 87.55%를 차지했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로 분류되는 61~85㎡의 거래량은 71만9947건으로 전체의 54%로, 선호도가 높은 만큼 많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86㎡ 이상 물건의 거래량은 16만4385건으로 중소형 아파트 거래량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85㎡보다 한 단계 높은 면적의 86~100㎡의 거래량은 3만8865건인데 반해 101~135㎡의 거래량은 10만4435건이었다. 자산 사정에 따른 편중 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 2006년부터 2017년까지도 61~85㎡ 아파트의 강세가 뚜렷하다. 출처=한국감정원.

이 같은 중소형 선호 경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수치로 비교했을 때 그 간극은 더욱 극명해진다.

200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누적된 아파트 거래량은 1151만73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거래량은 970만4339건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86㎡ 이상의 거래량은 180만5734건으로 중형·소형 아파트 거래량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61~85㎡의 거래량은 527만9091건으로 전체의 45.86% 수준이었다. 41~60㎡가 368만6913건, 32.03%로 뒤를 이었고, 101~135㎡의 거래량은 125만3474건, 10.89%로 세 번째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 들어 각 유형별 거래량 점유율은 54.48%, 27.64%, 7.90%로 변화했다. 선호도 높은 60~85㎡의 거래는 늘어난 반면 중대형 거래량은 줄어들은 것이다.

중소형 선호가 굳건한 가운데 이를 겨냥한 건설사의 상품 구성이 이어지면서 분양 시장 역시 중소형이 대세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전국 신규 분양 364개 단지, 13만4522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61~85㎡로 이뤄진 평형에 10배가 넘는 총 122만9566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이는 전체 청약자 199만8067명의 62% 규모다.

김은진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집계되는 2019년 공급·분양 물량도 80%에 가까운 비중이 전용면적 85㎡ 이하에 쏠렸다”고 설명했다.

날로 더해가는 중소형 과점 현상의 배경으로 청약제도의 변경, 투자·실거주 유불리 여부 등이 거론된다.

김은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청약제도 개편으로 시장이 실소유자 위주로 재편됐고 가구원수에 따른 가족 구조도 변화했다”면서 “또한 신규 평면이 지속해서 개발되면서 좀 더 적은 면적이라도 최대 30평 후반대까지 공간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해당 평형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다보니 향후 투자가치를 기대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9.13 대책 이후 추격매수가 붙은 지난해 9월과 10월 61~85㎡의 거래량은 3만1000~3만6000건대로 2만8000건대를 유지한 6~8월보다 최소 3000~8000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101~135㎡의 중대형 아파트는 6~7월 약 8300건에서 8월 7600건대로 크게 감소했고, 9월 8700건, 10월 1만1000건으로 증가하면서 증가폭 자체만으론 중소형 평형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절대량에 있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적인 수요층을 보여줬다.

김은진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 조정기가 왔을 때 중대형의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소형 주택의 수요가 더욱 가중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중대형 아파트의 전망에 대해서 김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중소형에 치중한 공급 양상을 보이면서,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공급금액으로 따졌을 때에도 단위면적당 비용은 오히려 중대형 평형이 낮게 책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구구조나 수요층에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변동요인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현재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동원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중대형 아파트 시장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형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마련할 경우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도 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 회장(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소형 전성시대의 시작을 97년 외환위기(IMF)와 1인가구의 폭증으로 풀어 설명했다. 서진형 회장은 “IMF 이전엔 아파트에 살고 싶어도 관리비 등 부담 때문에 입주하지 못한 사람들이 1998년 이후 점차 소형 아파트로 진입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인구구조가 4인가구에서 1인가구 기준으로 현재 30%까지 넘어선 상황”이라면서 “경제력 있는 수요자들은 원룸에서 중소형 아파트로 이주했는데, 소형에 속하는 25평 아파트와 그보다 높은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회장은 “거꾸로 말해 인구구조, 가구구조가 다시 핵가족화를 탈피하지 않는 한 중대형 아파트의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서진형 회장은 투자가치와 실거주 측면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회장은 “투자자들로선 중소형 아파트를 매수한 후 보증부 월세로 임대사업을 펼치는 게 투자매력이 더 뛰어나다”면서 “그만큼 1~2인가구 또는 젊은 거주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보장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보증부 월세보다 전세 또는 직접 매수를 택할 정도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보장돼 있다는 것이 서진형 회장의 설명이다.

서 회장은 청약 시장에 대해서도 “건설사로서도 4인가구에서 1~2인가구로 변화하는 시대상을 포착해 주택 상품을 개발해야 분양에 용이하다”면서 “과거 한때엔 대형 평형을 선호하는 현상도 있었지만, 마케팅·전략 측면에서 시대가 변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