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자율 광고 심의기구인 전미광고국(NAD)가 LG전자를 대상으로 ‘완벽한 컬러’라는 표현을 광고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린 사실이 7일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NAD는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 미국에서 진행되는 LG전자 OLED TV 광고 심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 광고 내용 중 완벽한 컬러, 역대 최고 화질 등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역대 최고 화질이라는 표현은 철회했으나 일부 표현은 광고적 효과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NAD는 역대 최고라는 표현은 광고적 표현으로 용인될 수 있으나 완벽한 컬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쪽으로 봤다.

LG전자는 OLED 진영의 맹주로 활동하며 일본의 소니 등과 경쟁하거나, 혹은 판을 키우고 있다. OLED는 진정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으며 백라이트가 필요없기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NAD의 판정으로 LG전자는 최소한 미국에서 방영되는 광고에서는 ‘완벽한 컬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 LG전자의 롤러블 OLED TV가 보인다. 출처=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를 두고 갈등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IFA 2015가 열리던 당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LG전자가 내세운 M+ 기술에 회의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M+는 기존의 RGB 부분화소에 백색, 즉 화이트(W)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백색라이트 LED가 덜 필요하기 때문에 밝기는 더욱 밝아지고 에너지 효율도 좋아지지만, 픽셀의 숫자는 줄어들게 된다. 이 지점에서 김현석 사장은 IFA 2015가 열리기 전 서울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화소수가 부족하니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즉각 반박했다. IFA 2015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OLED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M+ 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았다. 최근 MC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난 황정환 당시 LG전자 TV/모니터사업부 전무는 국내에서 M+ 기술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남긴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선의의 경쟁구도를 흐리는 그 발언이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그분의 개인적인 사견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GBW 논란도 유명하다. 두 회사는 2016년 RGBW 논란을 통해 4K 화질 여부를 두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RGBW를 두고 4K가 아니라고 주장하자, 이를 차용한 LG전자가 즉각 반격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결국 이 논란은 디스플레이계측국제위원회(ICDM)가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표기할 때 화질 선명도를 명시할 것을 결정하며 봉합됐다.

이번 논란과 가장 유사한, TV 광고를 둘러싼 신경전은 2018년에도 있었다.

삼성전자 태국과 말레이시아 법인은 2018년 3월 ‘QLED TV 번인 10년 무상 보증 프로모션 광고’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QLED TV에 '번인'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OLED TV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번인 현상은 TV에 고정된 화면을 장시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해당 부분에 얼룩이 생기듯 흔적이 남는 것을 말한다. PDP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며 주로 OLED TV에서 자주 발생한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은 QLED TV의 강점을 소개하며 OLED TV의 약점인 번인 현상과 대비시킨 셈이다.

LG전자 현지 법인은 발끈했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에 광고 캠페인 중단 요청 공문을 보내는 한편 “광고 캠페인을 지속할 경우 적절한 단계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인 바 있다.

올해 초에도 두 회사의 TV 신경전이 불거진 바 있다. LG전자가 CES 2019를 통해 롤러블 OLED TV를 공개한 가운데,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스크린은 가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면서 “돌돌 마는 TV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