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파이가 6일, 팟캐스트(podcast) 회사 두 개를 인수했다고 발표하면서 음악 스트리밍을 넘어 더 큰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출처= HeadTopic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10여 년 전 스포티파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목표는 단순했다. 전세계의 청취자들이 수 백만 곡의 노래를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서비스 회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podcast) 회사 두 개를 인수했다고 발표하면서, 더 큰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온 세상에 드러냈다.

이제 더 이상 음악 팬들 만을 위한 목적지가 아니라, 정기적인 온라인 오디오 방송 제공자로, 라디오를 듣는 사람까지 빼앗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엑 최고 경영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회사가 방향을 전환했음을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2008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몰랐던 것이 스포티파이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단지 음악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스톡홀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6일, 지난해 4분기 수익을 발표하면서, 인기 팟캐스트 ‘크라임타운’(Crimetown), ‘리플라이올’(Reply All), ‘스타트업’(StartUp)을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 김렛 미디어(Gimlet Media)와,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배포하는 도구를 만드는 앵커(Anchor)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가, 대형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환경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저주가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팟캐스트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라디오 대신 듣는 오디오 시장의 일부가 되면서, 메이저 미디어 회사들 조차도 팟캐스트를 중요한 콘텐츠 소스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교적 저평가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라디오 업계 거인인 아이허트미디어(iHeartMedia)가 또 다른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인 스터프 미디어(Stuff Media)를 인수하면서, 최근 할리우드는 인기 있는 팟캐스트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기 시작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으로 출현한 아마존 시리즈 <홈커밍>(Homecoming)은 킴렛의 오디오 소설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팟캐스트 앱 포켓 캐스트(Pocket Cast)의 오웬 그로버 최고경영자(CEO)는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스토리텔링이 그들의 브랜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략적 관점에서, 음악 서비스를 하는 곳에서도 오디오 스토리텔링 팟캐스트 애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스포티파이의 수익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김렛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 저널리스트 제멜레 힐, 래퍼 조 버든 등의 유명 작품 등을 위시한 여러 프로그램들은, 지금까지 음악만을 취급해 온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사업을 크게 확대시킬 것이다.

지난 2014년에 김렛을 설립한 공공 라디오 업계의 베테랑들인 알렉스 블룸버그와 매튜 리버는 "우리는 이제 오디오의 두 번째 황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김렛 같은 오디오 팟캐스팅 회사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완벽한 파트너이자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스포티파이는 재정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팟캐스트 콘텐츠로부터 추가 수익을 내며 마진을 개선하고, 그 동안 가장 큰 비용을 차지했던 메이저 음반 회사들과의 라이선스 거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는 2005년에 애플의 아이튠즈(iTunes) 출시와 함께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새로운 발명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팟캐스트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팟캐스트가 6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물론 여기에는 스포티파이 같이 다른 업체와 공유하지 않고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팟캐스트 업체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팟캐스트 청취자이거나 팟캐스트 호스트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업계의 규모는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인터넷 광고 측정표준을 관장하는 인터넷 광고국(IAB)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팟캐스트 산업은 2017년에 3억 1400만 달러를 창출했지만, 2020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해 6억 69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 스포티파이의 최고 경영자(CEO) 다니엘 엑은 앞으로 스포티파이를 듣는 사람들의 20%는 음악이 아닌 다른 목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Google News

지난해 4월 상장된 스포티파이는 2018년에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2억 700만 명에 달했으며, 그중 9600만 명이 월 정기구독자로, 매출은 53억 유로(6조 8000억원)를 기록해 전년에 비해 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18년에 7800만 유로(99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 스트리밍 업계의 선두 주자(경쟁자인 애플 뮤직<Apple Music>의 유료 구독자 수는 5000만명으로 추정된다)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다니엘 엑 CEO는 “앞으로 스포티파이를 듣는 사람들의 20%는 음악이 아닌 다른 목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번 시도로 성공한다면, 우리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들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오락 정보 서비스 제공자들과 더 광범위하게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주 수입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음악 산업이 이익을 내기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더 저렴한 방법으로 팟캐스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의 배리 매카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팟캐스트가 회사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임을 자주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 조사업체 미디어 리서치(MIDiA Research)의 디지털 미디어 분석가 마크 멀리건은 "음원권 소유자들은 스포티파이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너무 적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포티파이는 지금까지 이익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스포티파이가 (현 구조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팟캐스트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분석가들은 스포티파이의 이번 거래가, 애플이 이익과 관계없이 모든 독립 프로듀서들이 제작하는 수 많은 프로그램을 호스트해 온 팟캐스팅의 서부개척 시대가 종식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인기 팟캐스트 뉴스레터 핫팟(HotPod)의 닉 쿠오 작가는 "스포티파이의 이번 거래는 팟캐스트 개방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애플은 팟캐스트 산업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않았지요. 할머니 집 지하실에서 방송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나, 공영 라디오를 통해 송출되는 팟캐스트 ‘디스 어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나, 모두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동등한 입장에서 청취자들을 끌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힘의 균형 속에서, 과거와는 달리 승자와 패자가 구분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