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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화웨이 사태로 보는 미국과 유럽의 '정보 밀월 역사'국가와 국가의 연합...제3자는 가차없이 배제한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2.07  09:34:57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시대가 도래하며 중국 화웨이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은 미국 정부로부터 기소를 당했고 미국 연방수사국은 지난달 미국 화웨이 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까지 전면에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화웨이의 앞 길에는 먹구름만 드리우는 분위기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우방, 특히 유럽국가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들은 보호 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미국과의 전통적인 공조행보에 다소 삐걱이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화웨이 사태에서는 철저하게 미국과 보폭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북유럽 국가들까지 화웨이를 밀어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오래된 정보 밀월의 역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유럽과 실리콘밸리
프랑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CNIL)는 1월21일(현지시간) 구글이 유럽연합(EU)의 GDPR(종합정보보호규정)을 위반했다며 50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5000만유로라는 금액은 미국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벌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구글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히는 한편 유럽에서 뉴스 서비스를 철수할 수 있다는 점까지 시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비단 구글만 유럽의 견제를 받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데이터 유용 논란에 휘말렸으며, 이 문제가 GDPR을 위반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영국의 부총리를 지낸 닉 클레그를  페이스북 글로벌업무 총책임자로 영입하고 최근 정치 광고 제재를 강화해 유럽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다며 몸을 낮추는 행간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줄리안 킹 유럽연합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전된 상황을 환영하지만 더 많은 것들이 이행되어야 한다"면서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 5월 이전에 더 많은 것들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애플도 유럽연합의 칼날을 비껴가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 프랑스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던 애플이 지난 10년간 내지 않았던 세금 5억유로를 납부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탈리아에서 2015년 3억1800만유로, 영국에서도 지난해 1월 1억3600만파운드의 밀린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독일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아마존을 수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넷플릭스에도 GDPR 가이드 라인 적용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의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압박은 시장 지배력 남용 억제와 토종 ICT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개의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깔렸다는 평가다. 모든 정보가 ICT 플랫폼에 저장되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장악할 경우, 유럽은 미국과 비교해 일종의 정보 비대칭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정보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개 기업이 유럽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보하는 것은 유럽의 수뇌부에게 있을 수 없는 중대한 위기다. 일례로 전 세계 국가들이 구글에게 정보 공조를 요청하는 사례는 매해 늘어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미국 정부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유럽의 이중잣대다. 유럽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기들의 시장에 들어와 정보 비대칭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광적으로 배제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와의 공조에는 적극적이거나, 간혹 공범이 되기도 한다.

   
▲ 에드워드 스노든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동조자...혹은 공범
2013년, 영국의 가디언은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테러 방지라는 미명으로 일반인의 통화 및 이메일 목록을 빠짐없이 수집했고, 이를 모두 보관해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중심이 된 프리즘 프로젝트다.

폭로자는 에드워드 스노든이다. CIA에서 근무하다 NSA로 이직한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통화감찰과 프리즘 프로젝트 등 다양한 기밀문서를 폭로하며 순식간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미국이 현재 중국 화웨이를 비판하며 가장 크게 문제삼는 부분은 소위 백도어, 즉 정보의 유출이다. 탈세와 기술유출을 비롯해 대 이란 제재 위반도 문제지만 화웨이의 백도어 논란이 핵심이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소위 백도어를 통해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안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이 화웨이의 백도어 문제는 지적하면서, 스스로가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공포스러운 국가 보안 전자 감시 체계 (Clandestine National Security Electronic Surveillance)를 운영한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미국은 화웨이 백도어 논란을 지피면서도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아내지 못했다. 일각에서 생화학 무기를 거론하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행보를 연상하는 이유다.

이러한 미국의 프리즘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인 협조, 혹은 방조를 한 곳이 바로 유럽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프리즘 프로젝트가 공개되자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그 후속조치에는 침묵했다. 오히려 미국의 행보에 적극 동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에드워드 스노든을 인터뷰 한 가디언이 당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으며 고통을 받은 점이 단적인 사례다.

위키리스크의 줄리언 어산지도 마찬가지다. 1987년 동료들과 함께 해킹그룹을 만들어 활동한 전력이 있던 그는 2006년 아이슬란드에서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스크를 설립, 세계의 핵심 자료들을 대거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의 체포를 피해 영국에 들어갔다가 부랴부랴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으며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영국 정부는 줄리언 어산지의 보석금을 후원한 사람에게 보석금을 몰수했고, 2016년 8월22일 신원 미상의 인물이 에콰도르 대사관에 침입했지만 영국 경찰은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2017년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CIA 기밀문서 볼트7에 따르면 5000명이 넘는 해커들이 사이버인텔리전스센터의 소프트웨어 개발그룹인 EDG(Engineering Development Group)에서 개발한 해킹도구를 통해 무차별 감청을 단행했고, 이에 동조한 곳 중에는 영국의 첩보기관 M15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굳건한 동맹관계, 혹은 공조를 통해 세계의 패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패권국의 경험이 있는 나라답게 미국과의 자연스러운 국가 대 국가의 협력에 능숙하다는 평가다. 유럽이 실리콘밸리 기업에게는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면서 미국이라는 정부와는 보폭을 맞추는 현상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화웨이 논란에 담긴 복마전을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 일대일로의 상징. 출처=뉴시스

중국의 부상, 미국의 우려, 유럽의 계산
미국과 유럽, 실리콘밸리와 유럽의 지형도를 통해 현재의 화웨이 사태를 투영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을 거치며 소련이 러시아로 재편, 사실상 수퍼파워의 존재감을 크게 상실한 가운데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도광양회를 대외전략의 큰 축으로 삼아 오랜시간 침묵했으나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 시대를 맞아 대국굴기의 자부심을 강하게 뽐내고 있다.

2015년 3월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에 특별 보고서가 발표됐다. 헨리 키신저 수석 연구원인 로버트 블랙윌과 애쉴리 텔리스가 작성한 '미국의 중국 전략 수정'이라는 보고서에는 중국의 팽창에 대비해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전략이 담겼다.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미국 외교정책과는 결을 달리한다.

중국의 행보를 보면 기우는 아니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헌법을 개정하며 시진핑 사상을 명기하는 한편, 사실상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공식 추인했다. 중국이 약 40년간 유지한 집단지도체제를 끝내고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절대권력 체제로 접어드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1992년부터 중국 권력 이동의 불문율이던 '격대지정(隔代指定·차차기 후보를 미리 점하는 것)의 원칙이 깨졌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시 주석의 권력은 중국몽(中國夢) 구현에 뿌리를 둔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총서기에 오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중화민족의 가장 위대한 꿈'이라며 중국몽의 시대를 선언한다. 나아가 대국굴기의 핵심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거대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선명한 그림으로 등장했다.

일대일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 경제 패러다임이라면, 남사군도 분쟁을 기점으로 벌어지는 군사 갈등은 중국의 군사굴기의 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국제 분쟁지역인 남사군도에 2013년 인공섬 축조에 나섰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과 일본까지 연루된 치열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남사군도 인공섬에 최첨단 무기를 배치하고 있으며 지금도 관련국 사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 특히 기술굴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중국의 발흥을 좌시하지 않았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는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기업이다. 중국이 외부로 팽창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화웨이는 중국 기업들 중 가장 강력한 대외 지향적인 기업인데다, 무엇보다 통신 네트워크라는 정보 흐름에 크게 관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과 유럽의 정보 공조 역사를 보면 당장 미국의 옆에서 화웨이 때리기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은 초기 화웨이 때리기에 다소 미온적이었다. 일부 주요 인사들을 통해 화웨이 배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화웨이의 손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않았다. 독일산업연맹(the Federation of German Industries)은 지난해 12월 독일 정부가 보안의 우려가 있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느 업체라도 증거가 없다면 5G 이동통신망 구축 파트너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화웨이와 서구의 협력이 이어지는 장면도 중요하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해 12월15일 간담회를 열어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집약도 부문 세계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면서 "현재 8만7805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며 미국에서만 1만1152개의 핵심 기술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화웨이는 360개 이상의 표준 단체에 적극 참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5만4000개 이상의 기술연구 관련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5G 상용 계약을 체결하고, 2만5000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5G와 관련해 257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 회장은 “화웨이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50억에서 200억달러 규모다. 향후 5년간 총 1000억달러의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유럽의 입체적인 대응은 최근 미국의 변화된 행보에 힌트가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보호 무역주의 분위기가 강해지자 유럽과의 공조가 느슨해졌고, 이 과정에서 화웨이 때리기가 화두로 부상하자 유럽인 일종의 '간 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물론 최근 유럽 유수의 통신사들이 속속 화웨이 장비 배제를 선언하며 큰 틀에서 미국의 행보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으나, 유럽은 무조건적인 미국 의도 따르기가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염두에 둔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또 다른 수퍼파워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다시 손을 잡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개는 다분히 정치적인 맥락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해 G20 회의를 기점으로 중국과의 화해무드에 나서는 순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지난 1월29일 두 나라 고위급 회담 직전 멍 부회장을 기소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화웨이 카드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결국 화웨이의 미래는 미국과 유럽으로 재편되어 흘러가던 2차 세계대전 이후 체제가 중국이라는 새로운 수퍼파워의 등장으로 어떤 정치적 해법을 찾느냐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보호 무역주의로 돌아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등장과, 정보 공조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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