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자발적 솔로 가정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애완동물’ 하면 이구아나, 뱀, 전갈처럼 보통 사람들이 키우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햄스터, 다람쥐, 미니돼지 등 다소 귀여운 녀석들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개와 고양이가 단연 인기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키우는 동물은 아직까지는 개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GFK가 22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반려동물 가운데 개(33%)와 고양이(23%)의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애완견은 줄고 고양이 사육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묘인’을 위한 고양이박람회에서 사료, 용품, 서적, 웹툰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도 고양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농림부 자료를 봐도 우리나라 사육 고양이 수가 2006년에 48만 마리였지만 2012년에는 120만 마리, 2015년에는 200만 마리로 ‘12년보다 63.7%나 늘어났다. 경매사이트 ‘옥션’이 발표한 최근 3년간(2014~2016년) 반려동물 상품 판매량도 애견용품 비중은 61%에서 56%로 줄었지만 고양이 용품은 14%에서 21%로 늘었다.

선진국의 추이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 시장을 예측해 볼 수 있는데 미국은 개와 고양이가 반반정도지만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남동부 지역에는 강아지(60%)를 많이 키우는 데 비해 반대편인 대서양을 접한 지역에서는 고양이(70%)를 월등하게 많이 키운다.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지역은 반반 정도다. 날씨 탓인지 지역성향 차이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고양이가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애완동물식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애완견 사육가구 비율은 12.84%이며 평균 사육두수는 1.24마리인 반면 고양이는 9.71%에 1.75마리로 나타났다. 사육두수로 보면 개는 892만 마리인 데 반해 고양이는 953만 마리로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개의 비중이 68%인 점에 비추어 보면 고양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가장 핵심 원인은 사육비용과 관리 문제다. 개와 고양이는 수명이 평균 15년으로 비슷한데 사육비용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중간에 죽지 않는다면 고양이 사육비는 생애평균 700만원인 반면 개는 1200만원이기 때문.

관리 문제에서도 고양이는 스스로 청결하게 하기 때문에 목욕을 자주 시킬 필요가 없는 반면 개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 개는 자주 산책을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도 고양이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동물병원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대로 간다면 현재 일본 동물병원 약 1만1000곳 중에 10년 후에는 30%가 폐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 사육 수가 지금은 1000만 마리지만, 매년 50만 마리씩 줄어서 10년 후에는 500만 마리로 반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추세라면 그렇게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동물병원은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사료시장이 더 커져서 전체 시장규모는 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전체 애견시장규모가 1조8000억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식품 32%, 의료 31%, 용품 21% 수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가운데 의료시장은 줄지만 식품과 용품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완견은 평균 수명이 1985년의 7.6년에서 2013년에는 15년으로 늘어난 만큼 누적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추계에는 2020년, 애완동물 시장을 5조2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완견은 사람과 비교되는 부분이 참 많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아이들 간식시장이나 교육시장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저성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는 객단가가 높아진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애완동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1000원짜리 육포(Jerky)를 샀지만 갈수록 비싼 유기농 식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실제로 애완동물을 위해 디자이너 모자, 고글, 셔츠, 옷, 스카프, 심지어 할로윈 의상까지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일본 시장을 보자. 일본 애완동물식품제조사협회에 따르면 20대와 60대 이상 가정이 전체 애완동물의 50%를 키우고 있다. 또 다른 자료, 일본 후생성 통계를 보면 2010년 한 해 동안 결혼했던 커플 70만8000쌍 중에서 25만4000쌍이 이혼했다고 나온다. 애완동물 시장이 이혼율과 20대 독신비율을 더한 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총무성 통계에서는 15세 미만 유아·아동이 1660만명인 데 반해 반려동물의 개체수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21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출산은 안 하고 애완동물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사람과 비교할 만한 또 다른 사실 하나. 사람은 아이를 돌보거나 사랑·우정 등을 확인하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돼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애완동물과 같이 있어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호르몬 옥시토신 효과라고 한다.

애완동물은 고령화와 독신가정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실제로 애완동물을 키우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여러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애완동물 사육에 의해 독일에서는 7조5000억원, 호주는 3조 정도 연간 의료비가 절감되었고 스위스에서도 비슷한 조사결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대체로 의료비의 20% 정도가 줄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사실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도 많지만 키우다가 버려지는 문제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전술했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려면 만만찮게 돈이 들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젊은 독신들이 결혼하면 애완동물을 버리거나 소득이 줄어도 버리고, 특히 고령화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계속 기를 수 없게 될 경우,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애완동물 보험이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그래서 일부 선진국에서는 애완동물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고 필요하면 얻어 키우거나 입양하도록 권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는 법적으로 사고파는 걸 금하고 있고,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직접 판매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사고 판다는 게 윤리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국내외 현황을 종합하면 애완동물 시장은 앞으로 확실하게 커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애완동물에 애정이 있다면 다양한 특화업종으로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