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기술혁신에 따른 지식재산관 보호와 바이오안보가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바이오 분야에서의 융합과 기술혁신으로 바이오기술에 따른 복지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바이오경제(Bioeconomy)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대량 살상이 가능한 군사 생물학 무기를 비롯, 연구‧산업 영역 등 경제 전반의 관점에서 바이오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 이끄는 바이오경제…핵심기술 ‘합성생물학’ 무엇?

한성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 연구위원과 조병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은 대외의존성이 높고 개방돼 있어 외부에서 전파되는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안보 위협에 일정 정도 노출돼 있으므로, 바이오안보 정책을 외교‧안보와 대등한 수준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안보 분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새로운 안보 거버넌스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경제 시대에서 바이오기술은 신산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고령화, 감염병, 안전한 먹거리, 사회문제 해결 등 경제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촉발하는 기반기술이다. 주목할 기술은 유전자 합성 기술혁신에 따른 비용 감소와 정확도 증가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다.

▲ Cello를 통한 Bio-CAD 적용, DNA 서열 합성 개념도. 생물에 공학을 접목해 표준화된 생물부품과 대사회로 등을 나타내는 예시. 출처=Alec A. K. Nielsen(2016)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하나의 단위인 부품으로 보고 공학적으로 합성, 조성해 생명체 기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는 미생물 개체의 전체 유전체를 작은 조각으로부터 합성해 다른 미생물에 옮겨 넣어 작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합성생물학으로 바이오연료, 의약품, 유기물질 등을 생산하거나 암을 제거하는 미생물(Micro organisms)을 만들 수 있는 등 다양한 활용성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바이오 부문 지식재산권(IP)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생물학의 핵심기술은 시스템 생물학, 유전자 분석‧합성‧편집 기술 등이다. 이는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혁신 미래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10~1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칠 10대 미래기술과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주요 5대 핵심 기술에 선정됐다.

합성생물학을 활용하는 기술은 새로운 생물체 혹은 생물장치를 만들기 위해 표준화된 생물부품과 최적화된 대사회로를 구축하는 바이오-캐드(Bio-CAD) 분야와 이제껏 불가능했던 유기물 합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바이오 파운더리(Bio foundary) 분야도 있다.

▲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 현황과 전망.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은 올해 42억7000만달러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19.7% 성장해 105억달러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혁신은 양날의 검과 같아…대비책까지 준비 필요

합성생물학이 주목받는 가운데 기술혁신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바이오기술은 잠재적으로 질병을 제어할 수 있지만, 이를 오히려 발생시키면서 생물무기로 파괴적인 활용성을 나타내는 등 ‘이중 용도(Dual use)’의 위험성 또한 증가시키고 있다. 바이오 기술혁신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풀이된다.

설명에 따르면 최근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 나노바이오기술 등 부상하는 바이오기술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는 생명 조작과 생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더 정교하고 용이하게 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 허젠쿠이 교수가 HIV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해 유전자 CCR5를 유전자가위를 통해 편집, '룰루'와 '나나'라고 불리는 쌍둥이 여아의 인간배아유전체를 편집한 결과. 출처=Katarina Zimmer

지난해 말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교 허젠쿠이 교수는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출산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유전자 조작으로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바이러스에 면역력을 보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즉각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가 관련 법규 등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연구활동을 중지시키고 당국은 그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편집의 영향을 연구하는 기관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술혁신이 생물무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는 ‘저비용‧고효율’이 꼽힌다. 또한 살포 후 증상이 즉각 나타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어 초기에 감지‧치료하기가 어렵고 한번 감염되면 스스로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탄저균은 모든 항생제에 면역성을 보유하도록 만들어진 예가 있고, 또 특정 유전체군에만 작용하도록 조작할 수도 있다는 기록이 있다.

바이오 기술혁신에 따른 바이오안보 부각

바이오안보는 ‘생체, 생물학적 시스템, 유전체 또는 이로부터 유래되는 물질로부터 다양한 행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큰 의미로 정의된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의도적, 우발적,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예를 들면 자연에서 발생한 질병이 농작물이나 가축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바이오안보에 포함된다.

▲ 바이오안보의 범위. 출처=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는 바이오안보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 중에서 합성생물학은 기술발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공지능(AI)과 지구공학 등과 함께 제시됐다.

한성구‧조병관 교수는 한국은 대외의존성이 높고 개방돼 있어 외부에서 전파되는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안보 위협에 일정 정도 노출돼 있으므로 바이오안보 정책을 외교‧안보와 대등한 수준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고, 바이오안보 위험이 초국가적이고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체계도 국가 단위를 넘어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 기술혁신을 촉진하면서도 바이오안보 정책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중 용도에 따른 위험을 극복하고 회피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와 안보정책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공동포럼 구성과 운영 등이 필요한 시점으로 풀이된다.

생물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생물산업 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비축, 진단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요소다. 한성구 교수는 “현재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생물작용제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의 국내 생산력과 비축량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