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여객열차.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래의 세계 에너지 소비를 좌우할 키워드 중 하나로 ‘인도의 철도운송’을 지목했다. 인도 경제성장에 따른 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중에, 에너지 효율이 좋은 철도운송 인프라 비중이 늘어난다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29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국제철도연맹(UIC)와 협업하여 ‘철도의 미래(the future of rail)’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부문은 운송에 소모된다.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33%고, 석유 수요의 67%나 된다.

즉, 운송에 소모되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세계 에너지 소비 효율도 높아지는 것이다. 운송수단 중 철도의 에너지 효율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현재 철도는 세계 승객 운송의 8%, 화물 운반의 7%를 담당하고 있지만, 총 운송 에너지 수요의 2%만을 차지하고 있다. 철도 운송비중 증가가 곧 세계 에너지 사용량 증가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철도 부문은 환경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에도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파히티 비롤(Fatih Birol) IEA 뉴델리 담당 이사는 말했다.

IEA는 특히 ‘13억명’의 국민이 있는 인도를 주목한다. 저성장 기조에서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 내외로 높다. IEA에 따르면 인도의 총 운송규모는 2050년까지 21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2017~2050 인도 철도 에너지 수요량 변화 추이. 출처=IEA

인도의 철도운송 성장은 인프라에 비해 다소 더뎠다. 화물운송 비중은 2000년 전체 운송의 41%에서 2017년에는 30%로 하락했다.

철도 증가량을 고려하면 낮은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인도의 2017년 총 철도 여객 교통량은 2000년보다 약 200% 증가했고, 화물 운송량은 150% 증가했다. 철도 운송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어도 외려 비중은 하락한 것이다. 인도의 철도 선로 길이는 총 6만7368km로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높다.

IEA는 인도의 철도운송 성장 둔화의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누어 지목한다. 첫 번째는 철도-도로의 병목 현상이다. 정부 정책 등에 의해 도로와 철도 인프라 발전 속도 차이가 나서 철도-도로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인도의 도로 인프라는 2000년 이후로 75% 증가했지만, 철도는 겨우 5%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철도는 주로 항구 등에서 물류거점까지 배송되는 이른바 ‘퍼스트 마일(first-mile)’ 역할을 맡고 도로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라스트 마일(last-mile)’의 역할을 맡는다. 즉, 철도-도로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면 결국 운송효율성도 떨어진다.

둘째는 화물철도 운송료가 다소 비싸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점점 늘어나는 여객철도 적자 비중을 화물운송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인도 여객철도 손실액은 2010년 약 27억달러에서 2017년 55억달러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현재 인도는 철도운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고 중이다. 2개의 화물전용철도(DFC)를 건설하고 있다. 하나는 동쪽의 단쿠니와 루디아나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총 길이 1806km다. 다른 하나는 서부에 있다. JNPT(뭄바이 근처의 항구)~델리를 연결하며 총 길이 1483km이다. 오는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철도가 완성되면 연계운송 시스템 등이 대폭 개선된다. 병목현상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설 예정인 DFC와 인접한 고속도로가 전국 도로 화물 운송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행 가능한 열차의 량도 늘어나 더 많은 화물을 더 빨리 수송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정부가 약 430억달러 규모의 철도정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 운송 효율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인도의 철도 관련 정부 발표 주요 투자 계획(2015년~2019년). 출처=KOTRA

여객의 경우 첫 고속철도 도입이 예정돼있다. 인도는 지난 2015년 뭄바와 아마다바드 사이의 도시들을 연결하기 위해 ‘MAHSR’이라 불리는 고속철도를 개발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2023년에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철도가 도입되면 일반 철도 기준 6시간 거리가 2시간으로 단축된다. 이 경우 도로여객운송과 항공여객운송 비중도 줄어들 수 있다.

고속철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인도 전체를 감싸듯 설치된 고속도로 골든 쿼드릴레이트럴(Golden Quadrilateral)과 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구간을 따라 9개의 고속철도 라인을 건설 중에 있다. 그 외에도 6개의 고속철도 통로가 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으며, 3개의 고속철도 추가경로에 대한 타당성 연구도 계획돼있다.

특히 인도는 철도 에너지효율을 늘리기 위해 디젤 비중을 줄이고 대신 전기철도(전철)를 늘리고 있다. 2000년 24%에서 2017년 38%로 증가했다. IEA는 인프라 확충 및 기술 발전에 따라 전기 철도 점유율은 2030년 95%, 2050년에는 98%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다만 화물운송료는 여전히 문제다. 여객철도 성장이 화물철도 성장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EA는 오는 2050년까지 인도의 도시 간 이동열차 등 여객철도 이용량은 20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화물열차는 2017년 대비 160% 증가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 경우 화물열차 수익분에서 여객운항 손실분을 차감한 금액이 증가, 2050년 총 수익의 30%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여객철도 성장으로 늘어나는 손실액 비중이 늘어나 화물철도 운송료가 현재보다 더욱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