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3월부터 현재까지 주한미군 분담금을 놓고 총 10회에 걸쳐 한・미간 실무협상을 했으나 분담금액을 확정하지 못하고 양국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종안으로 10억달러(1조 1300억원) 증액하고 1년마다 협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요구가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증액이 1조원 미만으로 3년~5년간 협정 기간에 합의를 원하고 있다. 2019년 우리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예산은 약 9784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미국은 자신이 원하는 최종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4월 15일 부로 한국인 노동자 8,700명에 무급휴직을 할 것을 통보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한국이 다양한 통로로 해결책을 찾아보고 있지만 협상시간마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분담금 액수나 협상기간 가운데 하나는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런 상황 속에 모 언론사에서 방위비 분담금은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를 포함하여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로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안을 받아줘도 된다는 주장을 했다. 어차피 방위비를 올려줘도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수용안을 인정하는 편향된 논리로 한국에는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사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국 측의 소요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속셈이다. B1-B 같은 전략무기가 괌에서 이륙해 한반도까지 1회 전개하는 데만 수십억원, 항공모함 강습단은 수백억원이 각각 소요된다면서 그 비용을 이제는 한국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거기에는 여섯 명이 존재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각자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각자, 그리고 실재 두 사람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협상 당자자도 다양한 욕구가 존재해 이를 통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교와 국방과 같은 협상은 입장이나 욕구가 명확하기 때문에 사방에서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당사자 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내부적으로 이념에 차이가 있더라도 외교와 국방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한 창구에서 일관성있는 행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거 병자호란 당시 냉엄한 현실에도 내부적으로 다툰 아픈 역사가 있지 않았던가.

오는 2월 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 역량을 유지하려 하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도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정상회담을 개최할까? 이러한 주장은 北 김정은 위원장에게 확고한 핵무기 유지에 대한 신념만 강화시킬 뿐이다. 한편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 포기와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낙관적 시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은 두 개의 끈 중에서 하나만 잘라도 바람에 날아간다.” 김일성이 1972년 김일성정치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강조한 일명 ‘갓끈 전술’이다. 김일성은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면서 “남조선 정권은 미국이라는 끈과 일본이라는 끈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잘라버리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견 제시는 인류문명의 진보라는 관점에서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때와 이슈를 불문한 의견 제시는 조직의 장애물이며, 오히려 ‘갓끈 전술’에 의해 몰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