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예전만 해도 기자의 회계사 지인들은 술자리에서 공인회계사회에 대한 불평을 암암리에 하곤 했다. 한 회계사는 "회비는 나가는데 회계사회는 변하는 게 하나 없다"며 "회사 감사를 할 때 감사 회사의 눈치나 분위기 파악이 회계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과거 회장에 대한 불만보다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었다.

예전 공인회계사회 기자간담회는 차분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는 한자어만 오갔다.
 
회계사하면 생기는 이미지인 흰피부와 안경, 정장과 외제차 그 이상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감사 환경의 어려움과 공공재로서 회계 제도를 기자에게 설명해도 회계사 이미지가 너무 강해 '배부른 사람의 배부른 소리'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29일 오후 5시 여의도 아일랙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출처 = 한국공인회계사회

#29일 있었던 기자간담회는 달랐다. 여의도 아일랙스 5층에서 열렸던 간담회는 사람들이 빼곡했다. 현안인 지정감사제에 대한 내용도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끈 건 지정감사제를 기자들에게 2~3시간 동안 끈질기게 설명한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들이었다.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의 강연 및 최중경 회장의 인사가 끝난 이후 절반 정도 기자들이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15명의 기자가 남아 추가 취재를 했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들은 남은 기자들에게 거의 1대1로 지정감사제에 대해 설명을 했다. 공인회계사회 소속 직원 뿐만 하니라 회계 법인의 대표 회계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기자들은 산업 현장에서 감사 수가(數價) 상승에 대한 불만을 자주 접한다. 감사 ‘품질’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글자를 접해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또한 감사품질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감사 수가는 눈에 보인다.

높아진 감사 품질로 인해 이익을 일반 정보이용자, 회사, 정보제공자, 정부 등이 어떻게 공유하는지에 논의의 '포커스'를 맞춘 적은 없었다. 근 35년간 한국 사회에 없던 미지의 영역이다.

미지의 영역에 대해 회계사회 직원 및 회계사들은 기자들에게 1:1로 2~3시간씩 설명을 했다.

예전 간담회는 클래식이 흐르는 차분한 카페였다면, 29일 간담회는 운동회 같은 분위기였다.

간담회에서 만났던 관계자들과 주변 지인들은 변화의 원동력으로 최중경 공인회계사 회장을 꼽았다.

"역시 큰 물에서 놀았던 사람은 다른다", "장관을 했던 경험은 무시 못한다", "한국 경제 역사의 획을 그었던 사람이다"는 말로 최 회장을 요약했다.

평소 욕설을 추임새라고 하는 한 회계사는 최중경 회장을 '최 선생님'이라고 높여 부르기도 했다.

이어 "공인회계사회가 방향성을 잡고 움직이는 느낌"이라며 "목적지를 향해 선장이 키를 잡아야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 출처=한국공인회계사회

최 회장은 1956년 9월 30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 3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행정고시에 합격, 대학 졸업과 함께 재무부 사무관으로 경제관료를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기획재정부 장관 및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지냈다.

2016년 2년 임기의 공인회계사회 회장에 당선된 이후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는 지정감사제에 대해 "회계 제도가 바로 서서 주가가 10%만 높아져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600조 오른다"며 "감사 수가 상승은 주가 상승분의 2%에 불과하다"며 감사 수가 상승에 대한 관점 전환을 피력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 회계에 대한 불신 등으로 생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며 "모두의 이익을 위해 세계 최저 수준의 회계 품질을 높이는 지정감사제를 도입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