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에픽게임스의 앱스토어 우회 움직임은 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점점 더 지배적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iMor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점점 더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애플과 구글이 지배해 온 앱스토어 관문을 우회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판매하며,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앱을 찾고 다운로드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법을 통제해온 거대 기술 기업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반란은 넷플릭스(Netflix) 같은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고객들이 더 이상 애플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미디어 마켓 서비스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월간 구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동안 애플에 짭짤한 수입원이었던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 대신 가입자들은 넷플릭스의 웹사이트에서 지불하도록 우회 안내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16년 앱을 통한 구독료 지불 지원을 종료한 또 다른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의 결정에 이어 나온 것이다. 또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이 게임의 제작사인 에픽 게임즈(Epic Games)도 자체의 게임용 앱스토어를 만들어 기존의 앱 스토어들과 경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미 기존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Google Play Store)를 벗어나 포트나이트 전용 안드로이드 앱을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발표는 회사 입장에서 수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지만 애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애플은 앱 결제를 통해 첫 해에는 판매액의 30%, 이듬해부터는 1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의 추정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에 넷플릭스로부터 앱 구독 수수료로 2억57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국제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넷플릭스가 앱 스토에서 떠날 경우, 애플은 2019년 넷플릭스에서만 최대 5억달러의 수입을 잃을 수 있다고 센서타워의 모바일 인사이트 팀장인 랜디 넬슨은 말한다.

“기업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이 늘어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애플의 앱 구독 수수료 매출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이것이 애플을 어떠한 상황으로 몰고 갈지 매우 흥미롭습니다.”

넷플릭스는 기존 가입자들의 경우 원한다면 계속 아이튠즈를 통해 구독료를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애플은 우리가 아이폰과 애플 TV를 포함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전 세계 회원들에게 멋진 오락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소중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고객의 구독료 지불 방식을 바꾼 이후, 애플이 스포티파이로 받는 구독 수수료 수입이 2016년 4월 1100만달러(123억원)에서 2018년 12월에 불과 150만달러(17억원) 대로 금감했다(센서타워는 앱스토어 순위 등을 비교하고 그 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수입 측정 도구들과 결합해 구독 수수료 수입을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넬슨은 또 이와 유사한 상황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스포티파이가 2014년 초부터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을 통한 지불을 종료한 후, 스포티파이로부터 별다른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2018년 5월에 스포티파이의 뒤를 따랐다.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에픽의 이런 움직임은 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점점 더 지배적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로서 넷플릭스의 위상은, 이제 잠재 고객들에게 자신을 노출하기 위해 추호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애플의 플랫폼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개발자는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에 남아 있는 것이 큰 이익이 된다. 재무전략 기업 코웬앤코(Cowen & Co)의 게임업계 분석가인 더그 크리츠는, 이런 소기업들은 여전히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상의 광고와 마케팅 힘을 빌려 고객들이 자신의 앱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와 에픽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제품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앱스토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노출할 앱스토어가 절대 필요하지요.”

▲ 에픽 게임즈의 공전의 히트작 포트나이트는 모든 사람이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무료로 접속 가능하게 하면서 비로소 뜨기 시작했다.    출처= Epic Games

포트나이트의 대성공은 에픽 게임즈를 업계의 선두에 올려놓았다. 이 게임의 대히트와 이 게임이 가져온 문화적 현상 덕택에 이 회사는 2018년에 30억달러(3조3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의 팀 스위니 최고경영자(CEO)는 포트나이트의 성공이 에픽에게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의 앱 스토어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전문지 <게임 인포머>(Game Informer)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초기 시절에는 앱스토어가 개발업체의 매출에서 30%를 떼어가도 그것이 산업에 진출하는 돌파구가 되었지만, 디지털 경제가 성숙하고 더 많은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회사들은 동일한 금액을 계속해서 빼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모의 경제는 개발 회사들에게 전혀 혜택을 주지 못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자신들이 만든 게임용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에게 매출의 12%만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우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맥과 PC용 앱 스토어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안드로이드 앱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에픽의 이런 움직임은 애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애플의 iOS 앱스토어에는 (작은 활자로) 다른 제품의 시장 역할을 하는 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금지 조항은 에픽의 게임 스토어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사용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광범위하게 보자면 칩에서부터 기기, 운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생태계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이 자신의 앱 스토어에 대한 이러한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아성을 무너뜨릴 다른 요인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 게임개발 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유비소프트(Ubisoft) 같은 대규모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모두 최근 몇 년간 스팀(Steam) 같은 인기 플랫폼으로부터 탈피해 자체적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고, 게이머들과 직접 관계를 구축하고, 개발업체가 자신의 지적 재산권에 대해 직접 통제권을 갖는 디지털 스토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업체들이 개발한 앱 스토어들은 주로 PC 게임과 게임 내 아이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게임산업 애널리스트는 이 모델이 콘솔과 모바일 기기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앱스토어 운영 회사인 애플과 구글뿐만 아니라 콘솔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에게도 기존의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될 수 있다.

“이 전쟁에서 가장 큰 승자는 비디오 게임 제작사입니다. 30%에 달하는 모바일 앱스토어 수수료가 떨어지면, 소셜 네트워크 게임 개발 업체 징가(Zynga) 같은 회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앱 스토어 수수료 결제 거부 움직임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기술 업계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연초 벽두에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애플 주가는 급락했다. 그는 그러나 앱 스토어를 포함한 서비스 사업 부문의 수익이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의 최근 결정이 암시하듯, 앱 스토어 수수료에 반대하는 더 큰 반란이 서비스 사업 부문의 수익마저 잠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