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몸집이 작은 토이 푸들(Toy Poodle, 인형 같이 생긴 프랑스산 개)은 몸이 물에 젖으면 척추를 비틀거나 초당 4회라는 놀라운 속도로 온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낸다. 빨래 건조기가 푸들이 몇 번 흔들면 털어낼 수 있는 만큼의 물을 제거하려면 적어도 20분은 걸릴 것이다.

푸들의 척추처럼 효과적이고, 유연하고, 적응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로봇을 만드는데, 푸들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특이한 생리학적 움직임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물 위로 가로지르는 소금쟁이

물도 로봇에게는 매우 복잡한 환경이다. 로봇 엔지니어들은 이를 위해 또 다른 동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바로 소금쟁이(water strider)라는 곤충이다. 소금쟁이는 물의 표면을 마음대로 가로지른다.

생물학자들은 소금쟁이가 어떻게 물 위를 마음대로 다니는지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다. 그들은 결국 이 곤충의 유연한 다리에서 답의 일부를 발견했다. 이 곤충의 다리는, 공기 쿠션을 만들고 다리가 물 표면을 깨뜨리지 않도록 해 주는 작은 털로 덮여 있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소금쟁이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처음부터 가속력을 내며, 잔물결을 일으킬 정도의 빠른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생물학자 마크 데니의 이름을 딴 ‘데니의 패러독스’(Denny’s Paradox)로 알려진 이 문제는, 과학자들이 소금쟁이가 움직일 때 수면 바로 밑의 유동 역학을 연구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소금쟁이의 다리 털이 공기 쿠션을 만들어내고, 이 공기 쿠션이 물 표면에 작은 보조개 같은 홈을 만들어 순간적으로 복합적인 물 소용돌이를 일으키면, 이 잔물결이 그들을 더 빠른 속도로 밀어낸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MIT의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2003년에 세계 최초로 로보스트라이더(Robostrider)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탄력 밴드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로봇 스스로 물 표면에 보조개 홈과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는 유연한 다리로 물 위를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듯 지나 다닌다.

새로운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 하버드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 최소한 20여 곳에서 훨씬 더 발전된 버전을 설계하고 시험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해상의 기름 유출 측정 등, 해양 감시 및 바다의 화학물질 모니터링 등의 활동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장비들을 널리 보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EPFL이 개발한 치타 커브(Cheetah-cub, 새끼 치타)라는 집 고양이 만한 로봇은 용수철이 달린 다리로 실제 치타의 걸음걸이를 그대로 흉내낸다.    출처= EPFL

꿀벌은 어떻게 장애물을 피할까

공중을 나는 움직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연구원들은, 특히 장애물을 우회하는 동물의 뛰어난 특성에서 힌트를 얻었다. 꿀벌은 벌집에 드나들 때마다 자신의 몸무게의 30%에 달하는 꽃가루를 몸에 싣고 다닌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수 많은 벌들이, 바람에 앞뒤로 흔들리는 수백 개의 식물 줄기 사이를 통과하며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인간의 접근법은, 복잡한 카메라와 컴퓨터를 가지고 모든 식물의 줄기를 피하는 소형 비행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해결책은 더 간단하고 더 효과적이다. 꿀벌은 평생 동안 40만 번 이상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살아 남는다.

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날개에 '레실린’(resilin)이라는 탄성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 덕분에 벌은 마치 종이를 접고 다시 펴는 것처럼 날개를 구겼다가 다시 펼 수 있다. 현재 EPFL을 포함한 여러 연구소에서 벌의 모형을 이용한 드론 디자인이 개발되고 있다. 단지 벌의 날개를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프링과 분리형 자기부품(magnetic parts)을 사용해 충돌을 방지하는 방법까지 연구하고 있다.

상용화 로봇, 공장에서 벗어나다

개 같은 포유 동물들의 유연한 척추와 걸음 걸이도 야생 동물에서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로봇 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EPFL은 무게가 2파운드(1kg) 조금 넘는, 스프링이 장착된 다리가 있는 고양이 닮은 로봇 ‘치타 커브’(Cheetah-cub)를 만들었다. 밥캣(Bobcat)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로봇은 실제 치타의 독특한 경계 움직임까지 흉내 낸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회사가 개발한, 시간당 거의 20마일의 속도로 달리는 와일드캣(Wildcat)이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작업장에서 물건을 나르며 이런 저런 잔 심부름을 도와주는, 그레이트 데인(Great Dane, 털이 짧고 몸집이 아주 큰 개) 크기의 도우미 로봇 스팟미니(SptMini)를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로봇은 대부분, 자동차 앞 유리를 설치하거나 페인트 칠 같은 반복적인 동작을 하는 공장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다. 로봇이 그런 공장을 벗어나 자연과 같은 다른 환경으로 나가려면, 다양한 환경을 탐색하고 여러 가지 실수로부터 자신을 회복시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도루묵 도마뱀, 소금쟁이, 꿀벌들을 연구한다 해도, 그것이 인간이 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가 기계의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 로봇은 점점 가벼워지고 자율적이며 이동성이 좋아지고 있고, 조만간 토이 푸들처럼 온 몸을 흔들어 물을 터는 것처럼 영리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지난해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출간한 조지아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 휴 박사의 신간 <로봇이 어떻게 물 위를 걷고 절벽을 오를 수 있을까: 동물의 움직임과 미래의 로봇>(How to Walk on Water and Climb up Walls: Animal Movement and the Robots of the Future)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췌 요악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