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는 3분기에 -0.1%를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도 -0.2% 역성장하면서 ‘공식적으로’(officially)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Foundation for Economic Educati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와 이탈리아 통계청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잇따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로존 전체의 성장률은 1.2%로 3분기 1.6%에서 크게 떨어졌고, 유로존 3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는 3분기에 -0.1%를 기록한데 이어 4분기에도 -0.2% 역성장하면서 ‘공식적으로’(officially)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경제학적으로는 2분기 연속으로 전분기에 비해 GDP가 떨어지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침체 진입이 심각한 것은 타이밍이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1일 공개된 이탈리아 경제 실적은, 무책임한 소비 정책을 추구해 온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와 유럽 엽합(EU) 사이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EU 지도자들은 이미 영국의 무질서한 EU 탈퇴(노딜 브렉시트)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중국 경제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 영향으로 둔화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로스타트의 데이터는 중국과 유럽이 얼마나 서로 얽혀 있고, 중국의 성장 둔화가 유로존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중국과 유럽의 약세는 결국, 중국과 유럽의 최고 교역국인 미국도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이탈리아는 정부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탈리아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이탈리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지고 결국 글로벌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과거에는 유럽의 국가들, 특히 그리스나 이탈리아를 구제해 왔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여지가 적다. ECB는 그동안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채권의 구매자가 있음을 보증하는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을 해 왔지만 이제 그마저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전체로 보면 이탈리아 경제는 1.0% 성장했다. 2017년의 1.6%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탈리아가 침체의 징후를 보인 것은 2008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경기 침체가 현 정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예산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탈리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독일에 타격을 준 미중 관세 전쟁을 비난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한 가지 점에 있어서 콘테 총리의 의견에 동의한다. 확실히 중국의 성장 둔화가 유럽의 성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유럽은 중국의 인프라 현대화 추진으로 상당한 득을 보았다. 유럽에게 있어 중국은 크레인, 섬유기계, 제철소 장비 같은 독일산 중공업 기계의 고객으로서 미국과 거의 맞먹는 교역국이었다. 폭스바겐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오히려 중국을 미국보다 더 우선 순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경기 침체가 현 정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전정부를 비판했다. 출처= NPR

경기 침체 발표가 나오자, 오성운동을 이끌었던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통계청의 데이터는 이전 정부 사람들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전 정부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침체는 현 정부의 국내 경제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포퓰리즘 동맹 정부가 불확실성을 초래해 이탈리아 국민들이 지출을 크게 줄였고, 소비지출의 감소가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 정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주도했던 카를로 코타렐리 전(前) 국제통화기금(IMF) 집행 이사는 31일 발표된 통계자료를 검토한 뒤, 지난해 6월 이후 권력을 장악한 포퓰리즘 동맹 정부가 이탈리아의 경기 침체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침체가 이전 정부의 잘못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탈리아의 연합 정부는 지난해 유럽 연합과의 오랜 실랑이 끝에 복지 프로그램과 연금 지출을 늘렸다. 비록 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주요 기반 시설 프로젝트는 포기했지만, 확대 예산으로 이탈리아 경제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게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탈리아 재계의 비판은 더욱 대담해졌다. 경제단체들은 ‘선거 정치라는 편안한 선택’을 중단하고 건설 시장의 즉각적인 개방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외부 영향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금융 위기이후 시작한 경기부양책을 이제 막 정상화하기 시작하고 있다. ECB의 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015년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유로존에 투입된 2조 6천억 유로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앤드류 케닝햄 유럽 담당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데이터는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성장 모멘텀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데이터는 2018년 마지막 분기의 성적이지만, 추가로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2019년의 시작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