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자사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의 정규직으로 전환 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홈플러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대형마트 브랜드 홈플러스는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긴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최초의 시도라는 점과 동시에 사모펀드가 운영의 주체를 맡고 있는 홈플러스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 홈플러스의 결정 이후로 국내 유통업계는 노동 조건 개선의 방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힘겨운 과정 

홈플러스는 자사의 노조인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와 무기계약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2019년 임금협상’ 잠정안에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노사 양 측은 현재 합의한 임금협상 잠정안의 세부조항에 대해 논의 중이다. 세부조항을 확정하게 되면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 후 입금협상 갱신에 최종 합의할 계획이다. 잠정안이 현재의 내용 그대로 최종 확정된다면 약 1만2000명에 이르는 홈플러스 소속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홈플러스는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본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별도 자회사 설립 등 우회방안을 선택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홈플러스 법인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협상에 합의했다.

물론, 이 협상이 이뤄지기까지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사의 노조와 대립했다. 대립의 골자는 2019년부터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급여 반영과 무기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 그리고 인력 감축에 대한 문제였다. 협상안의 내용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30일만 하더라도 홈플러스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광화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냈다. 노조 측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마트의 연중 최대 대목인 설 연휴를 앞둔 2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홈플러스와 노조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논의했고 홈플러스는 2개 법인(홈플러스㈜, 홈플러스스토어즈㈜)에서 근무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 1만5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기본으로 한 협상안을 발표했다.    

홈플러스의 ‘용단’

우회하지 않고 본사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점만 고려해도 의미가 있지만, 현재 홈플러스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이번 결단은 더 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다.  

모든 사모펀드의 투자 방법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큰 자본을 가진 소수의 투자자에게 출자를 받아 기업, 채권, 부동산 등을 차입 매수(Leveraged Buyout)해 3년 내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가치를 올리고 이를 다른 주체에게 매수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투자방식을 추구한다. 투자 대상의 가치를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높게 올리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이 기업을 인수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홈플러스는 베이커리, 보안업체, 콜센터 등 협력 외주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로 인해 약 1800명에 이르는 외주업체 직원들의 계약을 해지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렇게 인원이 감축된 이후로 관련 분야의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고 계약해지 근로자들의 업무는 그대로 기존 직원들에게 옮겨졌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주도한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으로 해석됐고, 노조는 여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2018년 3월 열린 사업전략 간담회에서 홈플러스의 새로운 경영 모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이사. 출처= 홈플러스

그렇기에 홈플러스의 이번 결정은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일반적인 운영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사모펀드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을 망설이지 않는다. 윤리적으로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수익성 추구를 위한 경제 행위라는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정규직 없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회사의 결단에 노조가 공감했고 많은 대화 끝에 임금협상 잠정안에 상호 합의하게 됐다”면서 “향후 확정될 세부조항도 노사가 원만하게 합의해 직원들의 안정적 근무환경 조성하고 동시에 고객여러분들에게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설 대목을 앞둔 직원들의 파업은 한 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철저한 실익 계산에서 비롯한 사모펀드의 결정일 것”이라면서 다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이 어쨌건 표면적으로 홈플러스는 자사의 특수한 지배구조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업계의 이견이 많지 않다.   

용단은 용단이다. 지켜볼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과연 홈플러스는 이 약속을 계속 지킬 수 있을까. MBK파트너스는 장기적 안목으로 홈플러스의 성장을 계속 지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