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반도체에서는 지난해 4분기 인텔에 다시 1위를 내줬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스마트폰은 처음으로 2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했다. 5G 네트워크 사업은 도전자의 위치고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키우는 한편 5G 폴더블 스마트폰 등 대반격에 나선다는 각오다.

인텔 지난해 4분기 삼성 눌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매출은 18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7조7700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각각 43%, 24% 폭락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준수하지만 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수출 지수로도 확인이 된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반도체 굴기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며 국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3.3%나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인텔이 부상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9627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에게 빼앗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왕 자리를 탈환했다. 2016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인텔은 2017년 삼성전자에게 왕좌를 빼앗겼으나, 지난해 4분기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물론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5.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인텔은 13.8%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둔화로 삼성전자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인텔은 지난해 6월 이후 임시 CEO를 맡고있는 로버트 스완을 정식 CEO로 취임시켰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두려움에 맞서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반도체 시장의 패권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재연과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각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경제 분야 상임위 간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비 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처음 시작해 2009년 로직 공정 연구소를 신설하고 2012년 미국 오스틴 S2 라인 가동으로 파운드리 생산을 크게 확대했다. 2015년에는 처음으로 14나노 핀펫, 2016년에는 10나노 핀펫으로 진격했고 2017년 10나노를 거쳐 지난해 2월 7나노 공정시대를 선언했다. 그 여세를 몰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 후 일종의 전격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모바일AP 부분에서는 엑시노스가 활로다. 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AP는 엑시노스 9820이다. 엑시노스 9820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세대 CPU 코어를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동시에 향상됐으며 인공지능 연산 속도는 전작과 비교해 약 7배 늘어났다.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Mali-G76)를 탑재해 전작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약 40%, 동일 성능에서의 전력소모를 약 35% 개선했으며, 업계 최초 8CA(주파수 묶음) 기능과 초당 2기가비트(Gbps) 다운로드 속도의 통신이 가능하다. 갤럭시S10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전망이다.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는 시장의 절반을 가진 퀄컴이지만, 스마트폰을 직접 출시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TSMC 등 경쟁자들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위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살아나면 다시 인텔을 압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이 소개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 주춤...갤럭시 신화 부활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IM부문에서 매출 23조3200억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IM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갤럭시노트7 사태 후 처음이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의 맹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가 지난해 4분기부터 극적으로 꺾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에서 톱5 아래로 내려갔으며 인도에서는 샤오미에 밀려 2위에 머물러 있다.

국내 경쟁자의 부재도 아쉽다는 평가다. 중국의 경우 화웨이와 샤오미, BBK 등 지역 강자들이 서로를 견제하거나 협력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사실상 '단기필마'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3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외로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

갤럭시S10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20일 애플의 심장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되며 모바일 AP는 퀄컴, 그리고 자체 기술은 엑시노스 9820이다. 블록체인 버전이 눈길을 끈다. 삼모바일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10으로 추정되는 기기를 통해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 앱이 구동되는 이미지가 발견됐다. 다만 아직은 ‘추정일 뿐’이라는 회의감도 나온다. 갤럭시S10 카메라는 전면에 1개, 후면에 가로 방향으로 3개의 렌즈가 유력하다. USB-C 커넥터와 3.5mm 이어폰잭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는 인피니티0가 될 전망이다.

상황은 악화일변도지만, 삼성전자는 폴더블과 5G폰을 중심으로도 올해 반등을 꿈꾸고 있다. 올해 100만대 출하를 목표로 한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술적 측면에서 시장을 압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5G 원년을 기점으로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비밀무기다. 다만 5G 모델인지, 4G LTE일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5회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며 펼치면 7.4인치다. 접으면 외부 디스플레이에 일반 화면을 이어서 볼 수 있고 펼쳤을 때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완성되는 것은 확인된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접히는 구조며 큰 디스플레이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3개의 앱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한 대목과, 중저가 스마트폰 업계의 영향력 확대다. 삼성전자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며 갤럭시S10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갤럭시A 통합 브랜드를 내세워 초기술 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인도 노이다 공장 마련 등 지역 거점 전략과 인공지능 생태계 확대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 갤럭시S10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삼성전자

부품과 생활가전..'나쁘지 않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95%를 기록하며 압도적이다. 생활가전도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다. 다만 삼성전자 전체 분위기를 일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TV는 물론, 무선 청소기 시장 쟁탈전에도 참전해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제트가 대표적이다. LG전자와 다이슨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과반을 넘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눈길을 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파워스틱, 프리미엄 라인업 파워건에 이어 제트를 통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가 제트를 출시한 배경은, 기존 파워건 시리즈로는 LG전자와 다이슨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트는 최대 200W 흡입력을 구현한다. 모터, 배터리, 싸이클론 등의 핵심 부품을 새롭게 디자인했으며 삼성 독자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인버터 모터’는 항공기 날개 모양을 차용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기존 대비 2배 이상 빠른 고속 스위칭 제어, 열전도가 높은 알루미늄 프레임과 냉각 유로 설계도 적용됐다.

▲ 삼성전자의 제트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삼성전자

배터리 기술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신규로 적용된 배터리는 완전 충전 시 최대 60분(기존 대비 1.5배, 핸디형 일반 모드 기준)동안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착탈식 교체가 가능해 편리하다. 한국형 주거공간과 바닥 청소에 최적화된 다양한 전용 브러시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정유진 상무는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졌다”며 "'삼성 제트'가 생활 미세먼지를 확실하게 차단해 소비자들에게 더 건강하고 차별화된 청소 경험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부품과 생활가전은 올해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마진율을 줄이며, 무선 청소기 시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면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규모의 경제다.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한국 경제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위기는 국내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온전히 위기탈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걷어내고, 삼성전자가 부활에만 집중하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