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출처: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현대중공업지주가 자산매각,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체질을 개선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을 품었다. 사실상 ‘빅1’ 체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쟁의 중심이었던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는 산업은행과의 ‘합작’을 통해 크게 낮췄다. 또, 현대중공업지주의 조선합작법인, 조선합작법인의 대우조선해양 유증 참여를 통해 지배력 제고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향후 조선업 불확실성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고생 끝에 재도약하는 현대중공업지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을 물적분할해 완전 자회사로 두고 중간지주형태로 ‘조선합작법인’을 두게 된다. 산은의 대우조선 주식 현물출자는 이 중간지주사로 향한다. 그 대가로 조선합작법인은 1조2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를 발행한다.

이어 현대중공업지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1조2500억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해당 자금은 대우조선 유상증자(1조5000억원) 참여에 쓰인다.

즉, 조선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사업부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산은은 현대중공업지주에 이어 조선합작법인의 2대주주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대우조선 인수 측인 현대중공업그룹의 부담이 최소화된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중공업 지분(조선합작법인)은 31.7%로 유증에 따른 자금은 40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조선합작법인은 1조25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만큼 자체자금은 2500억원(대우조선 유증참여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중공업지주-조선합작법인-대우조선의 지배구조에서는 두 번의 유증이 실시된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대우조선을 바로 인수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제고 측면에서 다르다.

▲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기존 예상 기준)[출처:한국기업평가]

직접 인수(약 2조1000억원)보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재무압박 우려도 덜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간 현대삼호중공업 프리IPO,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순차입금은 2016년말 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말 6조2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현대중공업을 4개사(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로 개편했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전신이다.

체질 개선은 성공적이었다. ‘긍정적’ 등급전망을 등에 업고 지난해 말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2000억원) 대비 3배 넘게 자금이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도 조선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내려놓은 셈이다.

향후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유증을 통한 대우조선 인수는 자금부담이라는 ‘부정적’ 이슈를 덜은 셈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입장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는 기대요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약 1조8000억원)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프리IPO 성격인 만큼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무리하게 진행시킬 이유가 없어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증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부담을 줄였다는 점은 현대오일뱅크 지분매각 목적이 대우조선 인수 ‘자체’에만 있다고 보긴 어렵다.

조선업이 ‘빅3’에서 ‘빅2’로 개편되면서 과당경쟁 등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는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대우조선 인수 후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완충 역할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부여된 이유는 정유·화학부분 호조, 계열사간 연대보증 규모 감소다. 조선 부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는 뜻이다. 대우조선 인수로 실적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조달이 위축되더라도 확보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빠르게 줄여나가면 재무안정성에 일조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국내 조선업 반등의 신호탄이 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