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브비는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휴미라의 다양한 제형. 출처=한국애브비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지난해 잠정 매출 2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매출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출시 2달 만에 전년 동기에 비해 하락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지난해 10월 4종이 동시에 유럽에 출시됐다. 업계에 따르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애브비 지난해 4분기 실적서 휴미라 유럽 매출 약세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매출액이 13억300만달러(약 1조4607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5% 줄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휴미라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9.1% 증가한 36억1500만달러(약 4조원)이다.

휴미라는 연간 매출 약 23조원대의 글로벌 매출 1위 오리지네이터다. 휴미라 유럽 매출이 감소한 이유로는 지난해 10월 바이오시밀러 4개 제품이 동시에 출시된 점이 꼽힌다. 유럽에 시판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암제비타’,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마일란(후지필름쿄와기린 개발)의 ‘훌리오’ 등이다.

애브비는 실적 보고서에서 “(유럽에서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휴미라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약 98%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브비에 있어 좋은 소식은 휴미라 매출에 대한 의존 비율이 60.9%에서 59.2%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애브비의 혈액암 관련 사업 매출은 50.2% 증가한 11억3000만달러(약 1조2639억원)를 기록하며 연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의 4분기 매출은 42% 급증했다. ‘벤클렉스타’ 매출은 1억2400만달러(약 138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시장서 강세 나타내나

오리지네이터 대비 효능과 안전성이 유사한 바이오시밀러의 출시로 오리지네이터 매출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판매 중인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는 2013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유럽에서 출시된 후 2015년부터 지속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 레미케이드와 램시마 유럽 시장점유율(단위 %). 출처=아이큐비아(IQVIA) 유럽 28개국 기준.

의약품 시장조사 기업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램시마는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결국 시장점유율 53%를 기록하면서 오리지네이터를 눌렀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영업에서는 시장에 처음 제품을 선보이는 ‘퍼스트무버’ 효과, 각국 정부의 선호도와 의사협회 등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퍼스트무버 효과는 오리지네이터 대비 약가가 낮은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처음 내놓으면 주목과 선택을 받기 수월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 오리지네이터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을 복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출시 첫 해부터 퍼스트무버 효과를 누리면서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바이오시밀러는 유통 물량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유럽 전체 에타너셉트 시장점유율 41%를 기록했다. 독일에서는 오리지네이터를 제치고 46%를 차지해 에타너셉트 성분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한 임랄디는 퍼스트무버 효과를 누리지 않고도 시장점유율 상승이 가파르다. 삼성에피스 관계자는 “유럽 내 아달리무맙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독일에서 출시 첫 달만에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시장 점유율 1위(62%)를 달성했다”면서 “유럽 아달리무맙 시장에서 초반 승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맙)' 3종 모습.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이므로 이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오리지네이터 대신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의사협회 등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처방 가이드라인과 추천 등이 확산할수록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늘어난다.

각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등이 나오는 것도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에 유용하다. 김호웅 셀트리온헬스케어 전략운영본부 본부장은 ‘생물학적제제 치료에 있어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바이오시밀러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의 재정 절감 사례 등을 발표했다. NHS는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한 공문과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련해 전문인 약국 서비스(SPS)나 류머티즘관절염협회 등 다양한 홈페이지에서 열람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바이오시밀러 시장경쟁 가속화를 위한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를 발표했다. 이는 의약품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개 오리지네이터 대비 약 30% 이상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효능과 안전성이 유효한데 가격이 월등하게 저렴하다면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의 시장을 뺏으면서도 의약품에 대한 비용지출이 열악한 국가의 시장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 매출,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필요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화학의약품(케미칼)보다 연구개발(R&D), 제조가 어려워 후발주자들이 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복제약이므로 지속해서 약가가 인하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약가가 지속해서 낮아지기는 할 것. 아무래도 기술력이 필요하다보니 케미칼처럼 과열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두빈 삼정KPMG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이 장기간 개발기간이 필요한 바이오베터(개량 바이오의약품)나 오리지네이터에 집중하기 보다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한 것은 적절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다수의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네이터의 특허만료가 유사한 시기에 몰리면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은 앞으로 5~6년 안에 승자가 결정되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혁신신약 R&D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두빈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와 경험, 판매망, 기술력, 자금력을 확보한 이후에는 부가가치가 크고, 장기 독점적 권한을 지닐 수 있는 바이오베터와 오리지네이터로 개발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오리지네이터 순서로 점차 진화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급성 췌장염 신약후보 물질 ‘SB26’을 발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 리스크를 나눌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한 신약후보물질을 탐색 중이다. SB26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