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류두진·문세나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책이다. 가솔린·디젤에서 전기로, 사람의 운전에서 완전 자율주행으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180도 뒤바뀌고 있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그런데, 저자는 자동차나 자동차 제조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ICT 혁명·제조업 혁명 등 산업 변화의 전반을 아우른다. 이유는, ‘미래 경제의 중심’ 자리를 자동차 산업이 꿰찼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래 경제의 최대 먹거리가 될 미래 자동차는 ‘자동차×IT×전기·전자’의 복합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지금의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80%가 시장에서 도태되어 5년 내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원래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라는 거대 기업이 수만 개의 부품을 만드는 수천 개의 하청 업체를 거느리며 막대한 GDP를 만들어내는 기간산업이다. 동시에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전자 제어 장치 등은 완성된 하나의 독립 모듈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듈을 모아 조립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술만 있다면, 누구든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자동차 제조의 공고한 진입장벽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자동차산업 특유의 수직계열화는 수평분업 모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시대에 미래자동차의 핵심 중 하나인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인텔 등 반도체 업체, 파나소닉-LG화학 같은 배터리 업체, 소프트뱅크-KT 등 IT업체에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정통 자동차 제조사와 새로 자동차시장에 진입하는 신진세력 간 대결이 치열해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GM과 포드 對 거대기술 기업은 곧 디트로이트의 구세력 對 실리콘밸리의 신세력 간의 대결이자 자동차 산업과 IT·AI 산업 간의 대결이다.

혹은, 내연기관 엔진이 핵심인 가솔린차 제조 對 고객경험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IoT 기기 생산의 대결이다.

그리고, 수직 통합에 의한 생산·조달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대량생산 비즈니스 모델 對 완전 자율주행을 전제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모델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에서 여러 낯선 풍경이 드러나고 있다.

무명의 테슬라는 2010년 상장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상장은 1956년 포드의 상장 이래로 무려 반세기 만이다. 

구글의 웨이모는 2018년 12월 5일 자율주행 택시의 상용화를 발표했다. GM은 2019년 핸들이나 페달이 아예 없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FMC사는 2016년 3월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차(EV) 브랜드인 ‘바이톤’을 출시했다. 바이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났고, 탑재된 최신 테크놀로지와 세련된 디자인 역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 못지않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생존하려면 ‘방향’과 ‘속도’가 모두 층족되어야 한다. 옳은 방향을 선택하여 빠른 속도로 새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발맞추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변신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미국 GM은 기존 체제를 신속히 축소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기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2016~2017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뒤에 벌이는 선제적 대응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2018년 11월 대대적인 비용 절감대책을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사무직 직원수의 15%인 약 8000명을 감원하고, 전 세계 70개 공장 가운데 7곳을 폐쇄한다는 내용이다.

메리 바라 회장은 감원으로 절감한 연간 60억달러의 현금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사업에 투자할 생각이다. 앞서 GM은 2016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메이븐’을 설립하고, 우버의 경쟁사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도요타도 작년 말 임원과 간부직 구조조정을 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이를 자축할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포드사도 유럽 공장 15곳 감원 계획을 내놓았고, 포드-테슬라-닛산-폭스바겐 등도 구조조정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현대차는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공개된 현대차의 2018년 실적은 ‘영업익 3조원’ 붕괴라는 ‘어닝쇼크’로 나타났다. 2010년래 최저치다.

매출은 전년비 0.9% 증가한 반면 영업익은 47.1%, 당기순익은 63.8%나 급감했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전기차·자율주행’을 두고 펼쳐지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거대 기술기업 간 레이스에서 벗어나 2050년 수소에너지 기반 수소경제 시대를 염두에 둔 수소전기차에 매달리고 있다.

저자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대결 구도를 △테크놀로지 기업 對 기존 자동차 회사의 대결 △미국, 독일, 중국, 일본 간 국가위신을 건 대결 △모든 산업의 질서와 영역을 재정의하는 대결 등으로 예상한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 독일, 일본, 중국 4강의 생사를 건 대결이 미래 지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기에 한국은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