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의 부동산 회사 움베르 부동산의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VR 헤드셋을 쓰고 해변으로 간다.    출처= Umber Realty Inc.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숀 데니스는 회사에서 쉬고 싶을 때, 난과 의자가 있는 조용한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가상현실 헤드셋과 소음 차단 헤드폰을 쓰면 금방 조용한 해변으로 갈 수 있다.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부동산회사 움베르 부동산(Umber Realty)의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스에게 그 몇 분은 혼자만의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풀거나 예방하기 위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

그의 회사에서 그 방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다. 회사 내부에서 이곳은 ‘휴양소’로 불린다. 이 회사는 6개월 전에 이 방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이 방에서 오큘러스 고(Oculus Go) 헤드셋을 쓰고 달 위를 산책하거나 가상 롤러 코스터를 타거나 명상 앱에 접속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데니스는 CNN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은 그 방에서 10분~15분 동안 쉬고 난 다음 완전히 기분 전환돼서 나온다”고 말했다.

움베르 부동산는, 최근 치과병원에서부터 항공사, 온천 등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쉼을 얻도록 돕기 위해 가상현실(VR)을 이용하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VR이 고통과 걱정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왜 그런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그것이 이 기술이 (고통이나 걱정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게 해 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문제나 스트레스가 무엇이든, VR 속에 들어가면 문자 그대로 현실(고통이나 걱정)을 떠나 다른 감정 움직임(emotional pulse)을 보이게 된다"고 데니스는 설명했다.

가상현실 헤드셋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직원들과 고객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디지털 아산화 질소(치과치료에서 진통 완화를 위해 쓰는 물질)

오퍼라VR(OperaVR)은 치과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가 피코 인터랙티브(Pico Interactive) VR 헤드셋을 쓰고 고요한 자연 풍광을 보게 해 준다.

치과의사이자 오퍼라VR을 개발한 스타트업 오퍼러빌러티(Operavility)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라스킨은, 걱정이 많은 환자들이나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서 누군가(치과 의사나 간호사)를 보는 것을  멋 적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VR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 치과병원들도 환자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VR 기술을 사용한다.   출처= OperaVR

라스킨은 VR이 사람들을 크게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치과 치료에서 VR은흔히 웃음 가스로 알려진 아산화질소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이 기술이 고통스러운 것으로 잘 알려진 화상 치료에서 환자의 고통을 완화해 준다는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그의 방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라스킨은 자신의 치과는, 이미 1000달러를 들여 이 시스템을 도입한 100개 치과 병원 중 하나라고 말한다.

"환자에게 헤드셋을 씌우고 그들이 편안함을 느끼면, 그것은 환자에게나 의사에게 모두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오퍼러VR은 환자에게 3D 동물 영상을 볼 지, 저글링을 하는 마술사를 볼 지 보고 싶은 영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치과의사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디오와 오디오를 조절만 하면 된다.

오퍼러빌러티가 개발한 동영상은 1-2분 자리에서부터 최대 20분짜리까지 다양하다. 치과의사들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환자가 머리를 돌릴 수 있는 360도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도 인기

치과에 가는 것 못지않게 비행기 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한 자리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지루한 일이다. 이들이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 일부 항공사들은 1등석과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에게 스타트업 스카이라이트(SkyLights)가 개발한 VR 헤드셋을 빌려주고 있다.

승객들은 이 헤드셋을 쓰고 2D나 3D 영화와 기타 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물론 360도 영상과 어린이용 프로그램들도 있다.

전에 에어 프랑스(Air France) 조종사였던 스카이라이트의 데이비드 디코 CEO는, 비행기 탑승객들에게 한 번에 몇 시간 동안 착용해도 괜찮을 만큼 가볍고 편안한 헤드셋을 제공하고 싶어 자체 헤드셋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2017년에 XL 에어웨이 프랑스(XL Airways France) 같은 소형 항공사들이 기내에 VR 헤드셋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어 2018년에는 터키 항공, 영국항공, 알라스카 항공도 이 기술을 도입했다.

▲ XL 에어웨이 프랑스, 터키 항공, 영국 항공, 알라스카 항공 같은 항공사들은 기내에 VR 기술을 도입했다.   출처= SkyLights

하지만 스카이라이트의 VR 헤드셋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디코 CEO에 따르면, 항공사 스카이라이트의 VR 헤드셋을 비치하려면 헤드셋 하나 당 매년 2000~3000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폭이 넓은 항공기의 경우, 일등석과 비즈니스석만 해도 30~60개의 헤드셋이 필요하고, 대형 항공기는 80~90개까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자사의 프리미엄 좌석을 돋보이게 할 갖가지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헤드셋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디코 CEO는 말했다.

물론 그는 항공사들이 이코노미석을 타는 고객들에게까지 헤드셋이 제공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조종석에 앉아 있을 때에는 오래 비행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코노미 좌석에서 12시간 이상 비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스카이라이트는 승무원들이 어떻게 승객들에게 부피 큰 헤드셋을 전달하며, 헤드셋을 어떻게 청소하고 충전할 것인가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실제적인 문제들

헤드셋은 사람들이 주변환경으로부터 벗어나 가상의 휴식을 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기술시장 조사기관 IDC의 모바일, VR 및 증강현실 애널리스트인 레이먼 라마스는 아직까지는 고객과 근로자에게 VR을 제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점점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드셋의 이 같은 확장 보급과 관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상현실을 사용하는 동안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고가품인 헤드셋이 더러워지거나 망가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VR의 보급이 너무 제한적이서 통제되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헤드셋 사용에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도 과제다.

IDC의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사생활 보호와 안전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헤드셋을 해킹해 당신이 보고 있는 것에 전혀 엉뚱한 콘텐츠를 삽입시킬 수도 있다.

또 다른 잠재적인 문제는, 전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헤드셋과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움베르 부동산과 같은 단독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복잡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무실에서는 가상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순히 헤드셋을 벗기만 하면 되지만, 치과병원에 치료 의자에 앉아서 VR 헤드셋을 쓰고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치아 뿌리관(root canal)을 치료하는 도중에 뭔가 잘못되는 경우를 원치는 않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