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 아이로봇(iRobot)은 1990년 설립됐다. 2002년 청소로봇 카테고리를 창안하고 전세계적으로 2500만대의 로봇을 판매했다. 사진=아이로봇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이제는 정말로 잔디를 깎아주는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 아이로봇(iRobot)은 30일(현지시각) 잔디깎이 로봇 ‘테라(Terra)’를 공개했다고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 등이 보도했다.

테라가 기존 잔디깎이 로봇과 차별화되는 점은 설치가 간편하다는 것이다. 기존 로봇의 경우 먼저 정원 둘레에 선을 묻어야한다. 작동 영역을 인식하기 위함이다.

반면, 테라 이용자는 정원 주위에 단지 비콘(beacon)을 세우면 된다. 테라는 비콘과 초광대역 주파수로 소통하며 렌즈를 통해 맵핑된 지역의 잔디를 깎는다. 단, 사용자는 먼저 조이스틱으로 테라를 움직이며 작업 영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꽃밭처럼 일부로 가꾼 곳도 모두 깎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동영역이 설정되면 테라는 앞뒤로 움직이며 전통적인 직선패턴의 무늬로 잔디를 깎는다. 렌즈를 이용해 장애물도 피한다.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자동으로 데크로 돌아가 2시간가량 충전한다. 완충되면 중단된 곳부터 작업을 개시한다. 사용자는 모바일 앱을 이용해 자르는 시간, 풀의 길이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예약 설정도 가능하다. (영상)

아이로봇은 테라의 비콘을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초광대역 주파수 사용허가를 받았다. 비콘 설치는 작업영역 설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잔디로봇의 경우 기존의 청소 로봇처럼 단지 렌즈를 이용해 맵핑을 하면 흩날리는 잔디나 먼지 혹은 반사된 태양빛 등으로 인해 오작동 확률이 높다. 또한 GPS를 이용할 경우에도 나뭇가지나 근처에 즐비한 집들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다.

콜린 앵글(Colin Angle) 아이로봇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이 로봇은 나를 미치게 했다. 거의 강박이었다”라면서 개발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테라는 올해 3분기 독일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도 출시된다.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의 정원은 대체로 뒤뜰이 작고 평평하며 직사각형이라 테라 작동에 용이하다. 반면, 미국의 정원은 크고 지면도 울퉁불퉁하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의 잔디관리 기준은 통상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은 미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테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비콘의 초광대역 주파수가 전파 천문학자들의 성간 화학(interstellar chemistry) 연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콜린 앵글은 “전파천문학자라면 핸드폰 주파수도 나쁘다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테라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고 미국의 기술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