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로템 CI. 출처=현대로템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인해 줄어든 잉여금이 현대로템의 재무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부채규모 대비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늘었다는 점은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대 신용평가사 모두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4일 현대로템은 2018년 잠정 실적발표 공시를 했다. 매출액은 2조 4120억원으로 직전년도대비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억 원에서 적자 전환, 1960억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3080억 원이다. 현대로템의 이익잉여금은 5130억에서 2150억으로 크게 줄었다.

이 기간 동안 차입금 등 부채 총액은 2조6660억 원에서 2조8940억 원으로 8.55% 상승했다. 부채비율(부채/자본)은 188%에서 261%로 73%포인트 증가했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저하도 배제할 수 없다. 3대 신용평가 기관이 평가 항목으로 두는 '차입금 대비 EBITDA'지표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 전이기에 정확한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으나, 영업이익률이 (-)8.1%인 것을 고려할 때 크게 저하될 것으로 판단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손실로 재무구조가 저하된 가운데 지연됐던 수주 프로젝트를 올해 진행할 경우, 운전자본 부담이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막바지로 갈수록 비용이 더욱 많이 드는 수주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 현대로템 종합평가. 출처 = 한국기업평가

대규모 손실 원인 수처리 시설 진행률 60%,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

현대로템은 카타르의 수처리 시설과 관련해 대규모 손실을 냈다. 회사 측에서 밝힌 주원인은 설계 변경이다. 설계 변경에 의해 생긴 추가 비용을 공사 손실 충당금으로 1372억원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는 1264억원을 손실 처리한 바 있다.

▲ 카타르 프로젝트 손실 충당금. 출처 = 한국기업평가

최종 납기는 2019년 11월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재 60% 수준인 공정률을 고려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로템 측은 "기본적으로 설계 변경에 의한 손실"이라며 "수처리 시설 프로젝트를 올해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준에서 카타르 수처리 프로젝트 관련 리스크는 소멸된 것으로 판단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주잔고 9%↑, 수주액 22%↓

UEFA 챔피언스 리그는 리그 랭킹을 최근 5개 연도의 유럽대항전 기록을 합산해 리그 랭킹을 매긴다. 

▲ UCFA 챔피언스리스 리그별 누적 포인트. 출처= UEFA.com

이 표에서 주목할 리그는 이탈리아 세리아다. 이탈리아는 14/15시즌 19.000포인트를 획득했다. 해당기록은 19/20 유럽 대항전이 열릴 경우 사라지게 된다. 5년간의 포인트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리그가 지금 수준의 포인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9/20시즌에 19포인트를 획득해야한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가 속한 스페인 리그가 17/18시즌에 획득한 점수가 19.714다. 대신 20/21시즌은 11.500포인트만 획득하면 점수가 유지된다.

수주 잔고도 마찬가지다. 제품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에서 사라진다. 마치 챔피언스 리그 랭킹에서 사라지는 포인트와 비슷하다.

지난해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는 7조 2980억원에서 7조 9500억원으로 9% 상승했다. 그러나 수주액은 2조9830억원으로 2017년 3조 8350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즉 최근 납품되는 제품을 수주할 당시의 수주량이 적었던 것이 수주 잔고 상승의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 수주 호조세 및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프로젝트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비전차 사업을 활성화시켜 지난해보다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도부문 대만 철도사업 재진입 성공 △방글라데시 디젤전기기관차 △카자흐스탄 알마티 전동차 등 신흥국 시장 수주 호조세가 지속되는 건 긍정적인 요소다.

현대로템 측은 "호주 시드니 512량 프로젝트를 포함해 최근 100량 이상 수주들이 지속해서 들어왔다"며 "올해는 생산량 증가에 따라 매출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