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 조기 마무리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 보유 규모는 기존보다도 더 클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연준은 경제와 금융을 고려, 상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계획이다.

연준의 이러한 발언은 시장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주요 딜러 조사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들은 더 큰 대차대조표가 완성되길 기대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연준은 올해 1번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금리 인상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0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준비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맞춰 필요하다면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끝낼 적당한 시점을 위원들이 고려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큰 보유 규모로 빠르게 끝날 수 있다. 장기 운용면에서 대차대조표 구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위원회는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위한 세부 사항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연준 대차대조표 변화 추이. QE1~3는 양적완화 진행 횟수를 의미. 자료=메릴린치

연준, 시장에 패배?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4조5000억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18년 상반기 기준 4조3000억달러 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수 조원에 육박하는 대차대조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매입 자산이 거의 없다. 금융 위기 이후 연방이 돈을 찍어 시장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장 유동성을 키우는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매입한 채권은 그대로 들고 있는 상태다. 채권 매입 규모는 3번의 양적완화(QE3)까지 거치면서 부쩍 늘어났다. 금융위기에나 사용하는 정책 기조를 현재까지 유지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도, 그렇다고 내리기도, 양적완화를 멈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 내에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때마다 연준의 채권 수익률 곡선은 평평해지고, 연준이 상업은행에 지급하는 금리 또한 상승하면서 연준의 포트폴리오에 있는 국채 수익률에 근접하게 된다. 평평한 수익률 곡선은 경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연준의 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준이 채권을 계속해서 매입하는 것은 금융산업 유동성 문제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월가는 연준이 채권을 계속해서 매입하길 원했고 정치적 로비를 대대적으로 감행해왔다. 금융권의 로비 역시 금리 수준을 더욱 낮출 것을 원하지만, 연방과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리면 금융자산 거품이 더욱 커져서 완전히 폭발할 수 있어 더 큰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보다 동결 혹은 인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연준이라면 금리를 올해 1차례 이상 더 올리기도 버겁다. 토마스 코스테그 픽셋 선임이코토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녈(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은 대규모 대차대조표를 유지하라는 시장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처음 축소를 시작했을 때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대차대조표로 마무리하길 선호하고 있다.

토마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보유자산은 유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큰 대차대조표가 시장 참여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서 “연준은 이를 따르라는 시장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