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김진후 기자]부동산 시장에 직방, 밸류맵 등 부동산 앱과 카드사까지 다양한 신생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판도가 달라졌다.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으로 기존 사업자들의 주 수익원인 수수료를 나눠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부동산 임대업 파이변화

개강을 맞아 원룸이 필요한 A씨는 학교 근처 부동산에 직접 찾아갔다. 마음에 드는 원룸을 계약한 A씨는 부동산에 중개비 30만원을 지불했다. 이때 A씨가 지불한 30만원은 온전히 부동산의 수익이 된다.
반면 집과 먼 거리에 취업한 B씨는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하기로 했다. B씨는 스마트폰에 부동산 앱을 깔고 마음에 드는 위치, 가격 등 조건과 사진을 확인한 뒤 담당 부동산에 연결했다. B씨는 선택한 원룸을 직접둘러보고 계약하기로 하고, 부동산에 중개비 30만원을 지불했다. 이때, B씨가 지불한 30만원은 온전히 부동산의 수익이 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님을 유치했다. 다시 말해 공인중개사는 고객 유치의 명목으로 앱 회사에 이용수수료를내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중개 앱을 거쳤을 때 중개사의 수익은 해당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보다 줄어든다. 앱을 활용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프롭테크 앱을 대표하는 직방은 중개사로부터 월 최대 31만원의 광고수수료를 취한다. 수수료를 지불한 중개사는 배너광고와 더불어 앱 내에 매물을 등록하고 공개할 수 있다. 중개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소비자가지불해야 하는 중개비는 약 30만원 선이라고 가정하자.

한 달을 31일로 계산하고 하루에 한 건씩 계약을 체결한다면, 중개사는 직방에 계약 건당 1만원의 수수료를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중개사는 하루에 한 번씩 먹던 30조각의 파이를 직방을 활용함으로써 29조각만 얻게 된다. 나머지 1조각은 직방에게 나눠주는 셈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파이를 빼앗기는 것일까? 나누는 것 일까?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권리를 거래하고, 거래의대가로 수수료를 주고받으며 돌아간다. 기존의 시장 참 가자인 공인중개사는 건물 또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취한다. 또 감정평가사 역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권리를 사고 팔 때 수수료가 발생하고 시장이 돌아간다.

▲ 2018년 배달음식점 광고매체 매출 기여도. 출처=리서치앤리서치

그러나 기존 부동산 시장 참가자인 숙박업소 운영자, 공인중개사, 금융업 종사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사업방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수수료를 나눠 먹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직방의 예시에서 계약이 하루 한 건씩만 체결된다고 가정했지만, 현실은 하루에 한 건도 없을 수도 5~6건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건수가 늘어나면 부동산이 직방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고, 파이를 부풀리기 위한 투자의 측면이 강해진다.

공인중개사 이 모 씨는 “매물이 있어도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면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앱을 활용해 망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월 30만원의 투자비용은 계약 한 건만 체결해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신규사업자의 진입으로 상생이 이뤄진 예시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이 있다.

배달의 민족은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인근 3㎞ 내 배달 가맹점 정보를 보여주고, 앱 내에서 바로 배달 주문을 할 수 있다. O2O서비스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시공간 제약 없이 가맹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줌으로써 가맹점의 시장 영역을 넓혔다.

사회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작년 4월 배달업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배달앱 효율성 조사’에서 배달의 민족은 가성비, 편리성, 매출 기여도, 광고 효과, 만족도 등 전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배달음식점 광고매체 매출기여도는 78.1%로 요식업 소상공인들에게도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매출 효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신규 사업자의 부동산 임대업 진출로 상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직방, 밸류맵, 카드사 플랫폼 등이 망을 넓혀줄 수는 있지만 직접 소비자를 만나 움직여 줄 수 있는 부분은 기존 사업자들”이라면서 “신규 사업자들이 넓은 망을 구축해주면, 기존 사업자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상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사업자의 서비스가 임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효율적이고 비용이 저렴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부동산 사업자들 또한 신규 사업자들을 경계만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사회상과 경제트렌드를 인식·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교수는 “기존 사업자들이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파이를 빼앗고, 빼앗기는 소모적인 양상보다,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부동산 시장이 신사업을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산업을 넓히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대표 프롭테크 기업 직방. 출처=직방 사이트 갈무리

직방 필두로 떠오르는 ‘프롭테크’ 스타트업들

가장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로 꼽히는 직방의 등장은 데이터 운용과 이용에서 대대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기존에도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정보, 한국감정원 자료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태여 찾아보기 어렵고, 정보자체도 파편화돼 있어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직방은 이러한 정보를 한데 모아 분산된 정보 간의 맥락을 찾고, 더 나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서비스화 했다. 편리한 UI(User Interface)로 큐레이팅하는 것이다. 이는 직방의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직방은 지난 몇 년 동안 가상현실(VR) 홈투어, 직방 데이터랩을 통한 부동산 현황 분석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관악 주변 원룸촌에 국한한 초기 서비스가 점차 서울 근교로, 전국으로 확장됐고, 현재는 지도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아파트 시세 정보, 부동산 시장을 점검하는 통찰력 있는 유튜브 채널도 꾸려 나가고 있다.

또 다른 프롭테크 업체 ‘밸류맵’은 토지와 건물에 주목했다. 밸류맵 역시 직방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은폐된 정보를 통합하는 데 천작했고, 이른바 지금까지 정보 획득이 어려워 ‘깜깜이’ 시장으로 불리는 토지 시장에 다다른 것이다. 해당 시장은 밸류맵의 등장 전까지 특정 토지의 가격을 알려주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알리미와 개별 공인중개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밸류맵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와 공개된 여타 공간 정보를 조합하고 추가적인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특허를 무기로 삼고 1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데이터분석과 알고리즘 개발로 지도에 표시한 뒤, 검증을 위해 등기부등본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역전체의 등기를 떼는 수고가 덜어졌다. 지난해 7월 기준 토지 약 270만건, 건물 약 180만건 등 총 450만건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구축한 상태로, 이는 민간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매매·매수 플레이어의 사용빈도가 높다”면서 “또한 현장의 중개업계 일선에서도 실제로 사용 후 반응이 좋아 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맵은 올해 상반기부터 유료로 정보를 판매하는 모델을 고안 중이다.

부동산리서치 업체인 부동산114 역시 ‘방콜’의 이름으로 프롭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현업 중개사라는 탄탄한 정보망을 이미 구축한 데다, 독자적인 매물 등록 플랫폼, 리서치·컨설팅 사업을 겸하고 있다. 직방보다는 조금 뒤의 시점인 2014년 론칭했지만, 빌라나 신축 다가구 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고시텔 연계사업 등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방콜 역시 약 1만8000개의 회원사 중개업체로부터 광고비를 취득하고 자체적인 내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개업소 광고비는 월 2만원으로, 최초 진입장벽이 직방에 비해 낮은 편이다. 부동산114는 방콜에서 그치지 않고 증강현실(AR)기술을 접목한 ‘부동산GO’와 부동산114 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직접 뛰어든 ‘한방’도 재테크 플래너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임 회장은 “사설 정보망인 직방은 임대수요에 치중된 측면이 있지만 당사자 간 직거래는 불법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한방은 중개사들이 매물 물건을 직접 전시·등록함으로써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기현 전 회장은 “한방은 국토부에 등록된 정보망으로, 현재로서는 유일하다”면서 “애초에 영리 목적이 아니라 직방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측면도 있고, 정부 승인을 얻었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임대업 생산동향. 출처=e-나라지표

부동산 파이 얼마나 크길래?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황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 경쟁률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개사가 직업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거대한 파이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11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업계의 생산 동향은 지난해 11월 –0.6%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1.2%의 양수를 보인 지수가 지난해 폭등기인 6월 –3.3%에 진입한 이래, 9.13 대책이 발표된 이후인 12.3%를 가리키고 고꾸라진 것이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건수가 눈에 띄게 곤두박질치면서, 중개수수료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개사무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지난해 집값 이상 과열현상을 보인 이래 정부의 대출규제, 10주 이상 이어진 수도권 아파트가격 하락세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개사가 되기 위한 경쟁 양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시험이지만 중개사 시험 준비생들은 인터넷강의 수강에 분주하다. 부동산중개사시험은 한 해 20만명의 수강생이 응시하지만 합격률이 30%에 그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특히 젊은 층에서 고소득을 바라보고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개업 중개사는 전국에 약 11만명 규모이고, 서울과 수도권에만 60%인 6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시장이 유래 없는 불황에도 응시생들이 줄 을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공인중개사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협회가 제공한 중개보수 요율표에 따르면 중개매물의 가격대별로 상한요율‘1000분의 4~6’을 적용받는다. 중개보수액은 한도액을 초과할 수 없는 범위 내에서 거래금액과 상한요율을 곱한 값이다. 9억원 이상의 주택은 중개의뢰인과 개업 중개사의 합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더욱 큰 요율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중개료를 받을 수 있어 1건 중개에 두 배의 수익을 얻는다. 한국감정원이 제공하는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지역 종합주택유형의 중위가격은 약 5억5800만원으로, 전국 중위가격 2억6400만원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축에 속하는 아파트는 서울 6억8700만원, 전국 3억400만원 선이다. 이에 따르면 종합주택의 경우 중개보수액은 (매도·매수인 모두에게 받을 경우) 서울 464만원, 전국 210만원이고, 아파트는 이보다 큰 686만원, 242만원이다. 부동산114에 따른 전국 아파트가격의 시가총액 2690조원을 이와 곱하면 총 26조원의 잠재 중개시장이 있는 셈이다. 서울시장은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의 반절 수준인 1070조원 규모인 데다, 고가의 아파트가 많아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일반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임대 수요 등을 고려하면 훨씬 큰 시장이 수수료를 매개로 순환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중개사 간 수익 편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매출액이 1200만~2400만원인 중개사는 약 22.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4800만~7200만원을 번다는 중개사는 13.6%, 1200만원 미만이라는 중개사도 10.8%로 나타나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