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올 들어 채권발행시장은 호황 가도를 달렸다.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기업들의 선제적 자금조달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시장 우려가 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 침체를 논하기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우량채 중심의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경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우량채인 BBB급 수요예측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총액(30일 기준)은 7조6000억원이다. 전년동기 5조원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통상 연초에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환 수요 중심의 발행이 주를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기업어음(CP)을 회사채로 대체하는 차입구조 개선, 비우호적 경영환경에 대비한 증액 발행 등을 감안하면 발행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1월 호황’이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전반 실적이 2017년을 정점으로 저하추세”라며 “최근 실적 발표 기업 중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산실적 공표전 발행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연초 기관의 자금집행과 기업의 선제적 자금조달이 맞물리면서 채권 발행시장은 호황을 보였다”며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보다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A급 이하 기업들이 금리 매력을 앞세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투자심리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향후 회사채 발행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올해 금리의 ‘상고하저’ 전망이다. 경기 우려가 크게 작용하면서 회사채 발행은 일부 기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국내 AA- 회사채 금리 추이(단위: %) [출처:한국거래소]

지난해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중심으로 한 ‘상저하고’ 전망이 우세했다. 경기회복과 함께 금리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 조달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고하저’로 나타났다. 경기 개선 기대감에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둔화 우려가 확대된 탓이다.

이달 채권 발행시장 호황은 기업의 ‘선제적’ 조달 영향이라 할 수 있지만 향후 경기 전망에 ‘둔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연초 이후 반도체, 자동차 업종지수는 주가지수가 상승률 대비 2~3배 높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제조업 경기둔화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바닥을 다지는 국면일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 전망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는 컨센서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지수 상승을 금리가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도 바닥을 다진 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셈이다.

경기침체를 암시하는 대표적 지표인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지속 축소되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 주식시장 반등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진 후 실제 경기 침체까지는 약 2~3년이 소요된다.

실제로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오히려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된다.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단기금리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장기금리가 덜 하락해 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장단기금리차는 경기침체와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장단기금리차와 3개월 후 주가변화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단기금리차가 가장 낮을 때와 높을 때 주가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장단기금리차가 최소로 좁혀진 상태에서 급격히 확대되는 탓이다. 현재 미국의 장단기금리차는 0.15%포인트로 경기침체를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는 BBB급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모시장에서 증액발행에 성공했다.

IB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며 “저신용등급에도 실적이 받쳐주거나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한솔테크닉스, 한화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전반 온기가 확대될지, 급격히 냉각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