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서해안을 잇는 E39 경로로 최남단 도시인 크리스티안산에서 북부 도시 트론하임까지 1100km를 가려면 현재 21시간이 걸리며 도중에 7차례 페리를 타야 한다.   출처= Maps4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노르웨이는 웅장한 빙하, 피오르드, 가파른 산 등 극적인 자연 경치로 유명한 나라다.

그러나 그런 험한 지형 때문에 노르웨이 여행은 쉽지 않다. 이 나라 인구 530만명의 3분의 1이 살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서해안에는 1000개 이상의 피오르드가 있어, 이 서해안 경로를 타고 최남단 도시인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에서 북부 도시 트론하임(Trondheim)까지 1100㎞를 가려면 현재 21시간이 걸리며 도중에 7차례 페리를 타고 바다를 횡단해야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총 400억달러(44조7000억원)를 투자해, ‘페리를 타지 않고’(Ferry-Free)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기반 시설 프로젝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여러 개의 교량과, 해저 밑의 바위를 뚫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긴 바위 터널(깊이 392m, 길이 27㎞)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야심찬 부분은 수면 아래 약 30미터에서 물에 떠있는 플로팅 터널(Floating Tunnel)을 만드는 것이다.

노르웨이가 이 프로젝트를 성공한다면 중국, 한국, 이탈리아 등 유사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나라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노르웨이 공공 도로청(NPRA)은 2050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플로팅 터널이 완공되면 E39를 통한 노르웨이 서해안 여행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출처= NPRA

왜 플로팅 터널인가

크리스안산에서 트론하임까지의 여행은 노르웨이의 중추 경로인 E39의 일부다.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일반 도로, 페리 항로가 모두 혼성되어 E39는 노르웨이 남서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경로로, 노르웨이의 수출품의 50% 이상이 이 경로를 통과하지만 유럽의 표준 도로 수준에 비하면 매우 낙후된 수준이다. 페리를 타고 피오르드를 건너는 것은 관광 목적의 교통이기도 하지만 대중 교통수단으로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노르웨이 도로청(NPRA)의 프로젝트 매니저 크제르스티 크발하임 던햄은 “정부는 관광 목적 외에 상업적 목적과 지역 주민의 복지를 위해 대대적인 교통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현수교 3개와 부유교 5개가 건설될 예정인데, 거대한 부교(Pontoon)에 의해 지탱되는 구조인 부유교는 노르웨이, 미국 및 몇몇 나라에서 건설된 바 있다.

그러나 피오르드의 깊이가 1㎞ 이상이거나 넓이가 5㎞ 이상일 때는 기존의 공학적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다. 또 바다가 너무 깊으면 바위 터널을 뚫을 수 없고 현수교의 기초도 세울 수 없다. 부유교는 강한 파도와 해류 같은 악천후 조건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천후로 사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바로 이런 지역이 플로팅 터널이 들어설 곳이다.

▲ ‘플로팅’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실제로 이 터널은 멀리 떨어져 있는 부교에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로 고정되어 있다.   출처= NPRA

플로팅 터널의 구조

물에 잠긴 플로팅 터널이라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40여년 전인 1882년에 영국 해군 건축가 에드워드 리드가 영국 해협을 가로지르는 플로팅 터널을 제안했지만 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플로팅’이라는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실제로 이 터널은 해저에 고정한 케이블이나, 보트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부교에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로 고정되어 있다. 터널은 일반 터널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로 건설되며, 이 터널을 통해 피오르드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차량이 통과하는 것이다.

NPRA의 수석 엔지니어인 아리아나 미노레티는 터널이 해수면 아래 30m 지점에 있어 수면 위보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플로팅 터널은 대부분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다 풍광을 거의 해치지 않는다. 또 수면 밖에 건설되는 다리보다 차량의 소음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플로팅 터널의 이 모든 특징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플로팅 터널은 대부분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다 풍광을 거의 해치지 않는다. 또 수면 밖에 건설되는 다리보다 차량의 소음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출처= NPRA

야심찬 프로젝트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위험은 터널 내부에서의 폭발, 화재, 과부하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테스트가 필수적’이라고 미노레티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NPRA는 내부 폭발 하중을 받았을 때, 관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Norweg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첨단구조물분석센터(CASA)와 협력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예를 들어 위험물을 실은 트럭이 터널 안에서 폭발할 경우, 이 터널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플로팅 터널을 둘러싸고 있는 지속적인 수압이 폭발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NPRA는 또 노르웨이 해군과 협력해, 잠수함이 터널에 충돌할 경우 터널의 어떤 피해를 줄 것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E39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노르웨이 서해안에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세게 최초의 수중 플로팅 터널이라는 명성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미노레티 엔지니어는 수중 플로팅 터널을 설치해야 할 정확한 구간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30년 안에 프로젝트를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놀라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교량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가질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