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봉 영화인 <투 포 더 머니>(Two For The Money)는 대학풋볼팀에서 쿼터백으로 한때 잘나가던 선수였던 브랜든이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하고 스포츠 도박사로 거듭나는 내용이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예측해주는 다른 도박사들은 통계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결과를 도출해내려고 애쓴다. 반면 오랫동안 스포츠를 해왔던 브랜든은 데이터로만 설명할 수 없는 선수들의 성격이나 코치들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해서 결과를 예측하고, 무려 80%의 적중률을 보이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약 ‘백만불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스포츠 결과에 돈을 거는 사람들은 브랜든의 실력에 감탄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는 유명 인사가 된다. 브랜든은 결국 스포츠 도박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지만 마지막에는 이에 환멸을 느끼고 풋볼 코치로 돌아오면서 행복을 찾게 된다.

만일 영화 속의 브랜든이 2019년 현재 미국의 스포츠 도박 시장을 보게 된다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미국에서는 1992년 발효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PASPA) 아래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와 델라웨어, 몬타나, 오레곤주를 제외하고는 미국 모든 지역에서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거는 스포츠 도박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인 2018년 5월 1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에 대해 6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위헌 결정에서 연방대법원은 스포츠 도박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에 달려 있지 않다고 규정했다.

대신 스포츠 도박의 규제나 허용 여부는 각 주에서 결정한 문제라고 공을 넘김으로써 스포츠 도박 합법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후 각 주에서 스포츠 도박 합법화가 줄줄이 이어졌는데, 2018년 6월 11일 뉴저지가 기존에 스포츠 도박이 허용되지 않았던 주에서는 처음으로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했다.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라 불리는 카지노 도시인 애틀랜틱 시티가 있는 뉴저지는 카지노 산업이 과거에 비해서 쇠퇴하자 스포츠 도박을 통해 이를 회생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기 위해 법정 싸움을 불사했고 2018년 연방대법원의 PASPA 위헌을 이끌어낸 것도 뉴저지의 소송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에도 아칸소, 미시시피, 펜실베이니아, 웨스트 버지니아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 행렬에 동참했다. 가장 최근에는 뉴욕주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의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뉴욕주는 지난 1월 28일부로 뉴욕주 북부의 델라고 리조트와 티오가 다운스, 리버스, 리조트 월드 캣스킬스 등 4곳의 카지노에서 스포츠 도박을 허용키로 했다.

실제로 스포츠 도박이 허용되기까지는 최소 60일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뉴욕 거주민들이 카지노에서 스포츠 도박을 하려면 최소한 3월 이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또 카지노 4곳이 모두 뉴욕시에서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번 허용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몰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점쳤다.

주지사와 각 주의 의원들이 앞장서서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기 부흥과 세금 수익 때문이다.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가 2017년 스포츠 도박으로 올린 매출은 대략 48억달러다. 미국게임협회는 뉴욕주에서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될 경우 연간 5억3200만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인들이 1년에 온라인이나 해외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사용한 돈이 무려 1500억달러나 돼서 합법으로 이를 끌어들여오겠다는 것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미국의 프로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각 스포츠단체들도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 반색을 하고 있다. NBA(미국 프로 농구) 등은 스포츠 도박 업체들의 수익 1%를 자신들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경기 불법 조작 등의 부작용에도 올해에도 20개 주가 추가로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하는 데 나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