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한솔기업 고문이 30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 고문은 4남 6녀 중 장녀로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1947년 대구여자중학교(현 대구일중학교) 졸업 후에 이화여자대학교에 진학했고 재학 중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1979년에는 호텔신라의 상임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전주제지 고문을 역임하면서 삼성그룹의 제지사업을 물려받았다.

이 고문이 오랫동안 이끌었던 한솔그룹은 1991년 전주제지(현 한솔제지)가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탄생했다. 2002년부터는 아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해 제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인희 한솔 고문.

이 고문은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3년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국내 언론과 외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국내 유일 여성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여성 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두을장학재단은 지난 17년간 약 5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대한민국에 견실한 여성인재를 배출하는데 기여했다. 

가문에서 축출된 장남 이맹희 CJ명예회장이 2015년 세상을 뜬 이후 이병철 선대회장의 자녀 중엔 두 번째 죽음이다. 이 고문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재산상속 소송을 제기했을 때 “상속과 관련된 재산문제는 선대회자 사망 당시 지난 1987년 끝난 일이다.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견을 밝힌 적 있다. 이후 이맹희 회장이 패소한 뒤 “이번 일을 계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남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 받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몇 년째 병석에 누워있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식물인간설’ ‘사망설’ 들 끊임없는 루머가 돌고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이 고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