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포털에 익숙해진 우리는 소위 '딱딱 떨어지는' 사이트 검색에 익숙합니다. 포털에 키워드를 넣거나, SNS에 접속하거나 사이트 링크를 타고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이, 사실은 정교한 알고리즘의 결과라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영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 라인 도메인 논란입니다.

차선관련 사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014년 4월 'www.line.co.kr'이라는 도메인 이름을 등록합니다. 네. 여기에 나오는 라인은 네이버 라인이 아니라 자동차 '라인'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런데 2011년 6월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2014년 4월부터 국내에서 라인 관련 상표권을 취득했고, 2015년 1월 A씨를 상대로 도메인 이름을 말소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신청합니다.

A씨는 불복합니다. 그는 소송까지 냈어요. A씨는 해당 도메인의 라인은 보통명사며 "내가 먼저 사용했다"고 나섭니다. 결론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지난 9일 A씨가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을 상대로 "도메인 이름 말소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어요. 네이버 라인 승리.

A씨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는 라인 도메인 홈페이지를 통해“라인코퍼레이션은 주소 : 도쿄 시부야 구 시부야 2-21-1, 시부야 히카리에 27Tm 에프엘, 대표자 아키라 모리카와 입니다"라며 날을 세웁니다. 라인은 나의 것이며, 네이버가 일본계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나름의 전략입니다. A씨는 마지막으로 “line.co.kr은 대한민국 도메인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의 소유, 차선도색협회 회원 분들의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아키라 모리카와의 라인코퍼레이션의 회사 관계자가 먼저 전화를 주어서 이건 관하여 이야기 하자는 것이 먼저 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 싸움의 결과는, 지금 검색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네이버 라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물론 도메인 저작권 문제는 해외에서도 종종 벌어집니다. 유명회사의 도메인을 무더기로 선점했다가 돌려주는 사례도 있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있으며 '대가'가 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 라인 논란 당시의 글. 출처=갈무리

그렇다면 여기서, 갑자기 네이버 라인 이야기를 왜 하느냐. 신한은행 페이스북 이슈와 창조경제박람회 사이트를 봤기 때문입니다.

30일 현재 페이스북에서 신한은행을 검색하면 정상적으로 신한은행 상호가 뜹니다. 그런데 클릭해 들어가면 상당히 낯선 신한은행 페이지가 나옵니다. 분명 신한은행 페이지는 맞는데, 알고보니 크메르어로 쓰여진 캄보디아 버전 신한은행 페이스북 페이지입니다. 신한은행의 잘못은 아니며 페이스북 내부의 문제로 보입니다. 신한은행 SNS 담당자의 고통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신한은행 페이스북은 캄보디아 버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여기서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다른 사례가 있을까? 29일 개막한 한국판 CES인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관련 취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창조경제박람회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와 관련된 홈페이지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도통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코엑스 행사 일정표에 들어가 찾아보니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창조경제박람회 소개가 나옵니다. 반가운 마음에 소개에 나온 홈페이지 링크를 클릭했습니다.

분명 관련 웹사이트에는 'creativekorea-expo.or.kr/'라는 링크가 보였고, 이를 타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도메인이 변경되며 모 명함 업체 사이트가 나오더군요. 도메인 변경과 폐쇄에 따라 가끔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한 때 대한민국 정부 주도의 거대 행사 홈페이지가 모 민간 업체의 사이트로 연결되는 장면은 묘한 씁쓸함을 안겼습니다.

▲ 코엑스에서 찾은 창조경제박람회 설명. 출처=갈무리

우리는 인터넷 검색과, 그에 따른 인터페이스의 결과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다양한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정교함이 도사리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부정확함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실수거나, 아니면 의도된 일이거나요. 사실 이런 것들 굳이 의식하거나 망각해도 상관 없습니다만, 세밀한 IT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유흥거리가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불현듯, 라인의 추억이 떠오른 이유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