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에게 맞는 면조 제품이 없다고 생각한 트리스탄 워커는 직접 면도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출처= TechCrun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리스탄 워커는 면도 용품을 사러 드럭스토어(Drugstore)에 갈 때마다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면도로 인한 염증과 피부가 뜯겨 나가는 고통은 전 세계 흑인 남녀의 80%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당신이 (흑인이 아니더라도) 곱슬머리라면, 충분히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지요"

대부분의 드럭스토어에서는 주로 다중날 면도기를 판매하는데, 이런 다중날 면도기는 거칠고 뻣뻣하고 곱슬곱슬한 털을 깎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털 속의 살점까지 파고든다.

그래서 워커는 마침내 2013년, 유색인종을 위한 피부관리제품(Personal Care Products)을 전문 판매하는 스타트업 워커앤컴퍼니브랜드(Walker & Company Brands)를 창업했다.

“우리 회사는 정말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좌절에서 정말 출발했습니다.”

▲ 출처=  워커가 직접 만든 흑인 전용 면도기. 출처= Bevel

캘리포니아 팰로 앨토(Palo Alto)에 본사를 그의 회사의 첫 번째 제품은 베벨(Bevel)이라는 상품으로 싱글 블레이드 면도기가 들어 있는데, 워커는 이 면도기가 자신과 같은 흑인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다른 면도기를 사용했을 때 생기는 피부 트러블을 완화해준다고 주장한다. 이 제품에는 또 일반적인 면도용 브러시, 면도용 크림과 몇 가지 스킨케어 제품이 함께 들어 있다.

회사는 베벨을 처음에는 온라인을 통해 판매했지만, 몇 년 되지 않아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의 관심을 끌었다. 마침 워커는 베벨 트리머를 새로 출시했는데, 타깃은 2016년부터 베벨 제품들을 자사의 온라인 채널인 타깃닷컴(Target.com)과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타깃에 상품을 공급하면서 우리 사업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현재는 회사 판매액의 50% 이상이 타깃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에 절대적 도움을 주었죠.”

워커앤컴퍼니는 2017년에 제품 라인을 확대하면서 흑인 여성 전용 헤어케어 제품 폼(Form)을 출시했다.

회사는 매년 적지 않은 매출을 발생했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8년 12월에 워커앤컴퍼니는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12월 중순에 워커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갬블(P&G)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P&G 뷰티의 알렉스 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워커앤컴퍼니의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심, 지역 사회와의 돈독한 연결, 그리고 맞춤화된 독특한 제품들이 P&G의 숙련되고 경험 많은 인력과 자원, 기술 능력, 글로벌 네트워크와 만나, 세계 다문화 소비자들의 삶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커앤컴퍼니는 P&G의 자회사로 운영되며 워커는 계속해서 CEO를 맡게 된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워커는 그의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거인과 충돌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P&G는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항상 가지고 있었던 민첩성과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위치에 있기를 원하더군요. 나는 우리가 피와 땀과 눈물을 쏟은 이 회사에 대해 매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매우 편안하게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흥분됩니다. 모두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워커의 베벨 면도기 세트는 외날 면도기, 면도 브러시, 피부 컨디셔닝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Bevel

뉴욕 퀸즈의 흑인촌에서 성장하다

올해 34세인 워커는 뉴욕 퀸즈 자치구의 사우스 자마이카 택지조성단지의 흑인촌에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홀몸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세 개의 일자리에서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감사하지 않은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은 그 또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워커는 롱아일랜드에 있는 스토니 브룩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를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로 가서 스탠포드 대학고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캘리포니아에서 트위터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잠시 일한 후, 위치 공유 및 소셜 네트워킹 애플리케이션 포스퀘어(Foursquare)에서 약 2년 동안 근무했다.

워커는 2012년에 벤처캐피털 기업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에 들어가 회사가 사내에서 양성하는 사내 기업가에 참여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도전 정신을 온 몸으로 배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뉴욕에 있었다면 이 회사를 시작하지 못했겠지요. 실리콘밸리에 대해 많이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요. 실리콘밸리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혁신적이 되는지, 그리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P&G가 워커의 회사를 인수하기 전에, 워커는 이미 안드레이센 호로위츠가 주도하는 모금 라운드에서 690만달러(77억원)를 조달한 것을 포함해, 4차례에 걸친 외부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3900만달러(435억원)를 모금했다.

“모금 과정에서 깨달은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를 지원하려는 사람들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농구 스타 출신으로 현재 LA 레이커스의 부사장인 매직 존슨, 그래미상에 빛나는 가수 존 레전드, 힙합 가수 나스(Nas) 같은 유명 인사들도 포함되었다(모두 흑인이다).

“워커앤컴퍼니가 그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들도 나와 똑같은 불편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특별히 연예인 미용실을 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고 있는 셈이지요.”

워커는 야심 찬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의 성장에는 신중을 기한다.

“CEO로서 많은 것을 배웠지요. 여러분이 무언가를 세계적으로 이루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적어도 150년의 비전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 그에 대한 나의 성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