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ICT 플랫폼 업계에서 통합 방송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9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 규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가열되는 통합 방송법 논의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일명 통합방송법이라 불리는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IPTV와 케이블, 위성방송 등 다양한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시장의 틀을 갖추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나 최근 OTT 사업자의 지위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통합 방송법의 핵심 논란은 OTT를 처음으로 방송의 영역에 포함시킨 지점이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를 통신이 아닌 방송의 영역에 편입시켜 규제를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최소한의 규제 원칙을 지키며 시장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해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OTT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시키며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를 방송으로 분류한 상태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시간 채널을 가진 OTT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시키고 유튜브처럼 비슷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할 경우 배제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채널을 기준으로 넷플릭스와 티빙은 규제를 받고, 유튜브는 규제를 피해가는 셈이다.

기준의 명확성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한 후 해당 콘텐츠를 티빙이나 기타 플랫폼에 공급하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의 규제를 받는 지점이 미묘하다. 규제의 기준을 플랫폼에서 실시간 채널, 콘텐츠 측면에서 계약의 유무로 잡았기 때문에 생기는 혼돈이다. 1인 미디어는 규제에서 제외했으나 만약 정식 MCN(다중채널네트워크)에 콘텐츠를 공급할 경우에도 규제를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규제를 받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별도의 콘텐츠를 유튜브 등에 업로드하면 규제를 받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유튜브의 경우 유튜브 레드라는 일부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의 불투명성과 더불어, OTT를 방송법의 규제에 넣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픈넷은 “인터넷은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다양한 콘텐츠, 채널,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매체”라면서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서 보고 다른 수많은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한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매체 사용권이나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부여, 보장받은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이어 “인터넷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매체로써 동일한 콘텐츠라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와 방송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는 ‘다른 서비스’로 보아야 한다”면서 “기존 방송사업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서비스’로 볼 수 없으며,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표현물을 방송법제로 규율할 동일성,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시장 위축?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즉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논란이다.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오픈마켓이나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쇼핑몰 수준의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며, 이는 배달앱이나 플랫폼 사업 전반의 위축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따라 시각차이가 있다. 온라인쇼핑몰은 상품을 직접 구입해 별도의 물류 시스템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한다. 즉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품의 구매와 중개, 유통에 개입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러한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강력한 소비자 권익 규제를 받게 된다. 반면 오픈마켓이나 배달앱 등은 단순한 물품이나 서비스 중개 등 제한적인 역할에만 머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비자 권익에 대한 규제는 느슨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배달앱, 오픈마켓 등에게 온라인쇼핑몰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 소비자 권익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롯데닷컴 등 대기업들의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규제를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티몬, 위메프 등도 동일하게 받는다는 뜻이다.

소비자 권익을 지키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마켓이나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중개에만 개입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으면 관련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 오픈마켓, 배달앱에 플랫폼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플랫폼 사업자의 소명

통합 방송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망 중립성 논쟁과 비교하기도 한다. 망 중립성이 약화되면 기존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이미 규모가 커진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으나,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 망 중립성과 같은 높은 시잔 진입장벽, 즉 강한 규제가 시장의 활성화를 자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소비자의 권익도 중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생태계 장악력이 그와 비례해 높아져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에 따라 수요와 공급 전 과정에 얼마나 개입하는지가 결정된다”면서 “규제 적용의 범위를 두고 확실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