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한 일간지 기자가 저희 회사에 대해 아주 안 좋은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경영진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해당 언론사와 기자 주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사를 막는다는 표현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라고 있습니다. 먼저 몇 가지 역질문을 하겠습니다. 해당 기자의 기사를 ‘막기만 하면’ 그 중대한 이슈는 영원히 다른 언론에서도 기사화되지 않을 주제인가요? 혹시 다른 기자가 그 사실을 확인하게 돼도 굳이 기사를 쓰지 않을 만한 평범한 주제인가요?

해당 기사 주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의향은 없나요? 만약 그 문제가 이미 해결된 것이라면, 해당 기자에게 그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요?

위기관리라는 것을 몇 십 년 전에는 언론의 기사를 빼는 것 정도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질문과 같이 부정보도를 ‘막는다’는 개념으로도 이해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당시 국내 언론사는 현재와 같지 않고, 수도 몇 개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막고 빼고 하는 식의 위기관리는 일견 유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그 막고 빼기 같은 활동은 더 이상 진정한 위기관리가 아닙니다. 예전의 유효함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물론 부정기사를 취재하는 기자와 성실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활동으로 기사를 영원히 막을 수는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운이 좋아 여러 경로로 기사를 막았다고 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주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해당 주제는 여기저기 언론에 의해 추가 취재될 것입니다. 한둘은 막을 수 있다 해도 완전히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실무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입니다. “일단 이번에는 막고 봐야죠. 이 기사가 나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막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반응에 대해서도 이해는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 노력을 하는가에 대해서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있다면 해야겠지요.

핵심은 해당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좀 더 전사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를 하나 둘 막고 빼는 노력도 실무자 차원에서는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이고 중요한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고, 문제를 해결했고,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내부적 확신이 있다면 그 자체로 위기는 관리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운 좋게 노력해서 뺀 기사로 인해 그런 노력과 확신이 지체되거나 생략되어 버리는 것은 위기관리 관점에서 최악의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부정 기사를 막고 빼는 활동에만 집중하면서, 정말 중요한 그 부정적 문제의 해결이나 해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고질적인 부정기사들이 양산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매번 끌려 다니며 고개를 조아리는 홍보실이 계속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최악의 상황으로만 마무리되는 증상이 계속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사를 보지 말고 문제를 보십시오. 기사를 막으려는 노력의 몇 십 배를 문제 해결에 써보십시오. 기사를 빼는 데 드는 예산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예산보다 저렴하다는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십시오. 기사는 뺄 수 없다. 기사는 막을 수 없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위기를 관리하십시오. 그래야 회사가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