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와 ‘궁둥이’의 차이가 뭘까요?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와 전국 교사들이 표준어 규정을 만들기 위한 열띤 토론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엉덩이’와 ‘궁둥이’ 차이를 설명하는 류정환을 답답해하는 김판수는 직접 강단에 올라가 분필로 엉덩이와 궁둥이를 구분해 주는 장면과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은 자기 지역에서는 ‘엉뎅이’, ‘응디’, ‘궁뎅이’, ‘궁디’, ‘방뎅이’, ‘방디’라고 쓴다며 사투리로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투박한 사투리에는 그 지역의 맛이 담겼고, 그 지역 주민의 힘이 있으며, 귀에 착 감겨 우리는 유쾌하고 때로는 통쾌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종종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사투리를 브랜드, 광고카피, 슬로건, 홍보문구로 활용하곤 합니다. 자, 이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짧은 사투리 스토리텔링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직한 농부의 힘, 봉화사과 먹어 봤니껴?

첫 번째 역은 서울 양재역입니다. 이곳에서 전철을 갈아타려고 지하도를 걷다 보면 ‘먹어 봤니껴? 봉화사과’라는 큼지막한 봉화사과 광고판이 눈에 띕니다. 여기서 ‘봤니껴?’는 경북지역 사투리로 ‘봤습니까?’라는 말입니다. 이런 사투리로 표현한 광고카피는 지역특산물에 많이 사용하고 있죠. 카피 하나로 그곳이 어딘지를 단번에 알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사과를 가꾸는 봉화지역 농부의 정직한 땀방울과 힘이 그대로 느껴지곤 합니다.

 

# 명쾌하고 유쾌한 안내, SRT 안내표지판

두 번째는 서울 수서역에 도착했습니다. 수서역에는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열차 SRT가 있습니다. 전철을 내려 SRT 승차장으로 가는 길에 명쾌하고 유쾌한 두 개의 안내표지판을 발견했습니다. 경부선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호남선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표지판은 쉽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호남선은 ‘아-따 쩌어짝으로 이백메다만 더 가면 있당께라’라고 경부선은 ‘퍼뜩 오소 이백메다 쭈-욱 가이소’이죠.

 

# 시민을 위한 은근한 캠페인, 타슈~

경부선을 타고 대전에 들렀습니다. 대전광역시는 2009년부터 ‘시민 공영자전거, 타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자전거를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시민을 위한 자전거 대여제입니다. 충청도 사투리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화법인 ‘~유’, ‘~슈’를 사용해 ‘타슈~’라고 캠페인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러시아말 같을 수 있으나 충청도 고유의 사투리 어조로 약간 길게 부르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배어나는 정겨운 이름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옆에서 은근히 ‘한 번 타슈~’ 하면 필자도 모르게 한 번 탈 것 같습니다.

 

# 슬로건만 들어도 그 맛이 난다, 자갈치 축제

벌써 부산 자갈치 시장입니다. 전국에서 펼치는 수산물축제 중 ‘부산 자갈치축제’는 축제 규모와 역사로 봐서 어디서든 빠질 수 없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축제죠. 지난 10월에도 부산 앞바다 자갈치시장에서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를 외치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제27회 부산 자갈치축제’가 펼쳐졌습니다. 부산 자갈치축제는 슬로건 그대로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축제입니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자갈치 아지매의 외치는 소리가 자세히 들립니다. 이렇게 말이죠. “부산 멀지만 고속 열차 타고 꼭 오이소!, 싱싱한 수산물도 보고 다양한 축제도 보이소!, 그리고 펄떡거리는 생선과 싱싱한 해산물 꼭 사이소!”라고요.

 

# 귀에 착 달라붙는 브랜드, 좋은데이

종착역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소주 한 잔 합니다. 부산에 오면 뭐니뭐니 해도 소주는 ‘좋은데이’죠. 이 ‘좋은데이’ 역시 사투리로 태어난 브랜드입니다. 부산 사람들은 ‘~한데이’, ‘~데이’식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 ‘~데이'라는 부산과 경남 사투리에 앞에 ‘좋은’을 더해서 만든 소주 브랜드가 바로 ‘좋은데이’입니다. 또 중의적인 의미로 ‘~데이’를 ‘day’로 ‘Good day’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패키지에 ‘좋은 날엔, 좋은데이’라고 쓰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