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정부는 수소경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40년 수소차 누적 생산량 620만대를 목표로 삼았으며 수소충전소 1200곳을 마련, 수소 공급량도 526만톤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경제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라면서 “수소차 부문은 내가 홍보 모델”이라는 말로 강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수소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차치하고 그 자체에만 주목한다면, 정부의 로드맵은 현실성 여부를 떠나 지극히 정상적인 비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소경제를 활성화시킨다면서 수소가 아닌 석유 중심의 개발 로드맵을 구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석유산업의 발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해도 문 대통령이 홍보 모델이 되어 줄까? ‘말도 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뻔하지만, 지금 카카오 카풀 논란에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 카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25일 2차 회의를 마친 가운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위원장은 “택시산업 발전은 물론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편리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택시산업을 공유경제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생각해서 이 부분을 먼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문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공유경제, 즉 카풀의 도입에 있어 자가용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도 확인해준 상태다.

택시업계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말이 나온다.

택시업계는 카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수익화를 목적으로 하는 카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카풀은 한국인의 ‘정’에 따라 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기본입장인 셈이다. 이는 ICT 플랫폼 기업들이 카풀을 서비스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대목은 택시업계의 상황이다. 택시 노동조합과 회사의 견고한 카르텔에 따른 높은 사납금과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승차거부 등의 질 낮은 택시 서비스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은 그 대안으로 카카오 카풀에 찬성한 바 있다. 여기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을 택시의 보완재라고 설명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를 선택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택시업계는 카풀 상용화 압박을 받으면서 대응카드로 선택한 것이 자체 혁신이다. ICT 기술의 발전에 따른 택시 서비스의 질적인 상승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체적인 ICT 혁신은 누가 봐도 현실적이지 않기고 믿어주지도 않기 때문에 SK텔레콤 등 다양한 사업자와의 협력을 모색한 후,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적대적 관계인 카카오 모빌리티 등 ICT 사업자와의 협력으로 방향이 틀어진 뉘앙스가 강하다.

택시업계가 ICT 진영의 도움을 받아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반대급부로 ICT 플랫폼 사업자들의 손과 발을 묶어두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카풀에 있어 자가용을 배제하기로 한 대목은 수소경제를 추구한다며 수소를 배제한다고 말하는 격이다. 자기들의 이득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협상 파트너의 역량을 흡수하는 한편, 파트너가 원하는 최소한의 목표를 압살시키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아직 종료된 것도 아니며, 논의가 완성된 것도 아니다. 택시업계가 어려운 결단을 내려 공론의 장에 들어온 것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누더기를 닮은 기형적인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택시에 ICT 기술을 삽입하는 방안은 고무적이지만, 협상 파트너인 카카오 모빌리티의 모든 목표를 좌절시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