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은 각 지역에서 과연 판매 순위가 1등일까. 통상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은 전국 고루를 인기를 얻고 있지만  2위와 3위를 살펴보면 각 지역별 선호하는 맛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각 지역별로 지역특색을 담은 음식이 있듯이 지역별 각각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커피, 라면, 밥, 김치 등 각 지역별 인기제품 누적판매량으로 알아보는 지역별 입맛을 살펴보자.

1. 커피

매장수 2500여개로 국내 최다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커피가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제품 선호도를 분석했다. 지난해 전국 각 지역에서 하루 평균 60만잔 이상 판매된 음료를 기준으로 가맹점 POS 데이터의 판매량과 음료 군별 판매 점유율을 기반으로 했다.

▲매장수 2500여개로 국내 최다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이디야커피가 지난해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 제품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나타났다. 출처= 이디야커피

전국 판매 1위 ‘아이스 아메리카노’

지난해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려 아이스 음료의 판매량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아이스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모든 지역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판매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제품은 버터 향이 풍부한 영국식 캬라멜 과지인 ‘토피’의 특유의 고소함과 달콤한 맛이 특징인 ‘아이스 토피넛라떼’다. 전년 보다 약 76% 판매량이 늘었다.

직장인들은 ‘라떼’ · 주거지역은 ‘키즈’음료 강세

서울권에서는 전체 음료 중 커피 음료의 판매 점유율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높았다. 특히 ‘라떼(Latte)’류의 판매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주거지 비율이 높고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경기지역에서는 ‘키즈(Kids)’ 메뉴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에 출시한 ‘이디야키즈 뽀로로’ 제품은 전국 평균 판매량 보다 3배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다.

경상권 ‘콜드브루’ 전국 판매 1위 · 부산은 ‘이디야 스낵’

경상권에서는 지난해 선보인 콜드브루 신제품 ‘콜드브루 라떼’와 ‘콜드브루 화이트비엔나’의 판매 점유율이 다른 지역 보다 높았다. 또 블렌딩 티(Tea), 빙수, 베이커리 등 점유율도 높아 소비자들이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메뉴를 즐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부산은 과자류에 대한 반응이 좋아 ‘이디야 스낵’이 서울 보다 두 배 이상 판매됐다.

제주도는 핫(HOT)해

국내 대표 휴양지로 꼽히는 제주에서는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논커피(Non-Coffee) 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플랫치노, 에이드, 과일주스, 쉐이크 등 논커피 메뉴군의 점유율이 전국 평균 대비 가장 높았다.

더불어 다른 지역과 달리 뜨거운 음료가 강세를 보였다. 전년보다 뜨거운 음료 판매량이 29%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달콤한 고구마 맛이 특색인 ‘고구마라떼’의 판매량이 전년 보다 55% 늘었다. 이러한 판매 특성은 지난해 초 제주지역에 몰아친 강추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이디야커피의 큰 강점은 전국 2500여 개의 가맹점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지역별 소비 선호도를 분석해 소비자들에게는 최고의 맛을, 가맹점에는 최고의 팔 거리를 제공하는 메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 라면

가공식품 중 국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맛에 따라 약 200여 가지가 된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코리아가 서울, 경기, 강원, 충정 등 전국 10개 시·도를 대상으로 농심, 오뚜기 등 대표 라면업체 4곳의 지난해 1월부터 6월 누적 판매액을 조사했다. 지역별로 입맛에 따라 어떤 라면을 선호하는지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AC닐슨코리아가 서울, 경기, 강원, 충정 등 전국 10개 시·도를 대상으로 농심, 오뚜기 등 대표 라면업체 4곳의 지난해 1월부터 6월 누적 판매액을 조사했다. 그 결과 농심의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이 나란히 1위부터 3위를 차지했다. 출처= AC닐슨코리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라면’ 국내에서도 1등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은 농심의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10개 시도 중 8개 시·도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6개 시·도시에서 농심의 짜파게티가 2위를 기록했다. 1위와 2위 모두 농심 제품이 차지했다.

신라면은 1986년 10월 출시된 이후 30여년 간 소시자의 사랑을 받으며 명실 공히 라면의 왕자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국내 식품업계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매출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 평균 판매량도 우리나라 라면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300만 개에 이른다.

짜파게티는 짜자로니, 짜장파티 등 유사한 이름의 제품들이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국내 인스턴트 짜장면류 시장을 평정했다. 특히 짜파게티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열풍을 이끈 제품이다.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2013년 다양한 제품과 함께 조리하면서 더욱 인기를 끓었다.

신라면도 못당한 PK지역의 ‘안성탕면’ 인기

농심의 안성탕면은 경남과 부산지역에서 신라면을 제치고 왕좌에 앉았다. 경북에서도 안성탕면은 2위를 기록했다. 안성탕면이 유독 경상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통적으로 콩을 이용한 음식문화가 발달돼 된장 양념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쇠고기 육수에 된장을 기본으로 소고기와 고춧가루가 어루어진 우거지 장국 맛으로 PK지여겡서 안성탕면이 인기가 많은 이유다.

안성탕면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 150억개를 넘었고 매출도 3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누적 판매량이 150억개를 넘어선 제품은 신라면과 안성탕면 두 가지뿐이다.

안성탕면은 1963년 이후 라면시장 정상을 지켜온 삼양라면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오른 제품이다. 농심의 시장역전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은 1985년 3월 안성탕면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 1위에 올랐다.

전라도는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 선호

전라도에서는 매운맛이 덜한 삼양라면의 선호도가 높았다. 삼양라면은 유독 전남에서 2위를 전북에서 3위를 기록해 호남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삼양라면은 매운맛이 덜하고 복합적인 맛을 좋아하는 호남인 임맛에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면의 역사는 곧 삼양라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 라면을 선보인 삼양은 부대찌개베이스에 김치찌개맛과 양지맛무국 맛을 가미해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청양고추의 고장 충청도 ‘매운맛’ 강세

청양고추의 고장 충처도에서는 매운맛의 신라면 인기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충북은 신라면의 점유율이 14%로 전국 평균(10.4%)를 웃도는 수준이다. 충북이 전국에서 가장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도에선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제외하고도 진라면 매운맛이 3위에 올라 청양고추의 고장임을 증명했다.

강원도는 유일하게 용기면이 순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육개장 사발면’은 강원도에서 3위에 올랐다. 강원도민들도 좋아하지만 레저관광 시설이 밀집해 있어 여행객들이 먹기에 간편한 용기면이 많이 팔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 밥

1인가구 증가 등으로 ‘혼밥’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즉석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즉석밥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햇반’의 최근 5년(2012년~2016년)간의 지역별 판매량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 동안 햇반과 햇반컵반의 전체 판매량은 약 5억4000만개로  20년간의 누적 판매량 17억개 중 약 3분의1에 이르는 양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수와 판매량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혼밥’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즉석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경기와 강원지역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수와 판매량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출처= CJ제일제당

경기·강원도민의 ‘밥심’

경기·강원 지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강원 지역은 약 1억7200만개가 넘는 판매량으로 전국 판매량의 32.5%를 차지했다. 햇반이 일상식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건강식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1인 가구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햇반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보다 많은 구매량 ‘서울’

서울 지역이 약 1억2900만개의 판매량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인구 비중에 비해 햇반과 햇반 컵반을 구매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잡곡밥 판매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햇반 잡곡밥 판매량은 약 1600만개다. 이는 인구수에서 서울보다 약 700만 명 이상 많은 경기·강원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대도시 특성상 대형마트 등 상품밥 구매 경로가 많은 점과 상품밥의 주요 소비층인 1~2인 가구의 증가가 많았던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CJ제당은 분석했다.

더불어 상품밥 문화가 가장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인 만큼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햇반 잡곡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인당 판매량 가장 높은 ‘부산·경남’

전체 판매량은 3위였지만 1인당 판매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5개를 기록했다. 인구 비중에 비해 햇반과 햇반 컵반을 구매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도시 특성상, 대형마트 등 상품밥 구매 경로가 많기 때문이라고 CJ제당은 분석했다. 상품밥의 주요 소비층인 1~2인 가구의 증가가 많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햇반 컵반의 1인당 판매량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곳도 부산·경남 지역이다. 이는 편의점 등 판매처가 많은 이유 외에도 부산과 해안 지역 여행객들의 현지 구매가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수요 확대 가능성 확인

CJ제일제당은 이번 조사를 통해 햇반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대전·세종·충청과 광주·전라 지역의 1인당 햇반·햇반 컵반 구매량은 전국 평균(10.6개)보다 낮은 8.8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1인 가구의 비중은 수도권보다 높았다.

앞으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중장년층 1~2인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상품밥 업계가 ‘부모님께 상품밥(간편식)을 선물하는 캠페인’이나 중장년층 대상의 소비자 인식 개선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소비층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병규 CJ제일제당 편의식마케팅담당 부장은 “이번에 전국 판매현황을 조사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햇반의 일상식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국내 대표 브랜드로서 전국의 모든 소비자가 햇반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