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얼핏 보기에는, 극히 단순한 디자인에 둥근 몸체의 이 블랙앤화이트 로보마트(Robomart)는 그저 미래의 자동차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운전석과 운전자가 없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미니밴 크기만한, 식료품으로 가득 찬 이 전기 기계는 그리 새로운 생각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각종 농산물, 우유, 달걀, 얼음 같은 부패하기 쉬운 식품들을 잔뜩 실은 상인들이 매일 동네 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처음에는 말이 끄는 마차에서 나중에는 트럭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동네까지 찾아오는 식품 판매 서비스는 냉장고, 자동차, 슈퍼마켓들이 등장하면서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주말마다 대형식품점이나 슈퍼마켓까지 쇼핑하러 가는 것이 현대 미국인의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 있는 스타트업 로보마트가 미국인들의 오래된 삶의 방식을 새로운 것과 결합하려고 한다.

오늘날 아마존 프레쉬(AmazonFresh)에서부터 온라인 식품배달 전문회사 피포드(Peapod)와 인스타카트(Instacart)에 이르기까지, 식료품 배달 서비스는 시장에 넘쳐난다. 하지만 로보마트 설립자이자 CEO인 알리 아메드는 로보마트는 그런 식료품 배달 서비스 회사가가 아니라 원격으로 조종되는, 온디맨드를 추구하는 ‘바퀴 달린 식품점’(grocery store on wheels)이라고 강조했다.

▲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로보마트가 기존의 식품 배송과는 달리,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는 바퀴 달린 식품점을 선보였다.  출처= Robomart

로보마트는 지난 주, 식료품 체인점인 스톱앤샵(Stop&Shop)과 제휴해 오는 봄부터 보스턴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지역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는 지역 공무원의 말을 인용, 이 회사가 적절한 허가를 받아야 할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메드 CEO는 "다른 소매업체들과도 제휴해, 로보마트의 차를 빌려주고 그들의 브랜드를붙이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이동식 식품점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식품 배송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느라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물건도 직접 고를 수 있지요. 실제로 이런 것들이 그동안 식품이 전자상거래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식품을 사는 ‘일’을 편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가장 빠르게 해 줄 것입니다. 기존의 식품 배송 방식은 아무리 빠른 배송이라도 두 시간은 걸리니까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온라인으로 먼저 식품을 주문해야 하는 기존의 식품 배달 서비스와는 달리, 로보마트 이동식 식품점(자동차)은, 고객이 앱을 통해 호출하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시속 25마일(40km)의 속도로 곧바로 달려간다. 물론 인간 탑승자는 없다. 이 차는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원격 조종된다.

차가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도착하면, 고객은 앱으로 자동차의 슬라이딩 문을 열고 과일, 야채, 친환경 식품, 심지어 따뜻한 한 끼 식사까지 이 ‘식품점’에서 살 수 있다.

▲ 고객은 앱으로 자동차의 슬라이딩 문을 열고 과일, 야채, 친환경 식품, 심지어 따뜻한 한 끼 식사까지 이 ‘식품점’에서 살 수 있다.  출처= Robomart

차량에 탑재된 무선 인식(RFID) 장치와 와 컴퓨터 시각 기술(computer vision technology)이 (고객이 물건을 가져 감에 따라) 차에서 줄어든 품목을 추적해서 고객의 계정에 물건 값을 청구하고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낸다. 고객이 쇼핑을 마치고 차량문이 닫히면 거래가 완료된다. 길이 12피트(3.6m), 높이 6피트(1.8m)인 이 차량에는 약 0.5톤의 물건을 실을 수 있다.

"상품의 종류와 편리성 사이에는 언제나 절충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최대한의 편리를 제공합니다. 로보마트는 일반 자판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상품을 가지고 다니지만 일반 편의점보다는 적지요. 그러나 가능한 다양한 물건들을 제공할 것입니다.”

고객들이 물건을 산 후 제품이 빠진 로보마트는 인근 로보마트 시설(현재는 스톱앤샵)에서 다시 물품을 채워 넣는다.

아직 걸림돌은 있다. 보스턴시의 관련 공무원들은 로보마트 이동식 식품점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원격조종 차량을 운영하는 회사는 공공 도로에서 운행하는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보스톤 시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공공 도로를 주행할 경우 핸들 뒤에 안전을 대비한 ‘인간 운전자’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메드 CEO는 로보마트는 원격조종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합동 교통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민주당의 윌리엄 M. 스트라우스 주의원은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로보마트 차량이 사고를 내면 경찰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그동안 훈련받은 것은 운전자를 관찰한 후,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는지, 매사추세츠 면허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는, 그러나 자동차 운전자가 수 마일 떨어진 다른 장소에 있다면 그가 설령 술에 취한 상태라도 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