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의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다보스 포럼이 22일 스위스에서 개막했으나 예전의 영광을 재연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각 국의 내치불안으로 반쪽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재계 주요 인사들의 불참도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스위스로 날아간 일부 인사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최태원 SK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

최태원 SK 회장 눈길...한화 ‘지극정성’

최태원 SK 회장은 24일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르 호텔에서 '기업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여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Hans-PaulBurkner) 보스턴 컨설팅 그룹 회장 외에 조 캐저(Joe Kaeser) 지멘스 회장, 조지 세라핌(George Serafeim)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및 캐빈 루(Kevin Lu) 파트너스 그룹 아시아 대표 등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화두를 던져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150억원) 보다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면서 “측정과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니 사회적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더 정확히 인식했고 몰입도를 높여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98년부터 투옥 등 특별한 일신상의 이유가 없다면 다보스 포럼을 찾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현지 네트워크 개척을 단행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화학회사 사빅(SABIC)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인사이트 로드맵을 현실화시키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 설파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세계의 경제올림픽이라는 다보스 포럼의 핵심 가치와도 부합된다. SK가 내세우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최근 국내는 물론 국외 경영계에서도 큰 화두가 될 정도로 성공적인 아젠다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최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 후 매년 다보스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그룹도 화제다. 김승연 회장 대신 후계자로 불리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비롯해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스위스를 찾았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한화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김동관 전무는 22일 필립(H.M Philippe) 벨기에 국왕을 비롯해 각 국의 주요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그룹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황창규 KT 회장도 스위스를 찾았다. 최근 국내에서 아현국사 화재, 유력 인사 자녀 특혜채용 논란 등에 휘말리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그 활로를 글로벌 무대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황 회장은 스위스 현지에서 ICT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는 5G 전략을 대거 공개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지 않는다. 2007년 전무 시절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참석하지 않으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참석했으나 이후로는 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참석은 지난해에 있었다.

흔들리는 다보스 포럼...미래는?

다보스 포럼은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연이어 참석하며 화려한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소 잦아들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초 열린 중국 보아오 포럼이 역대 최대규모로 진행되는 등, 세계 경제올림픽의 거점화 현상이 뚜렷해진 대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각 국의 내치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노란 조끼 시위대, 영국은 브렉시트, 미국은 연방정부 셧다운 등 내부적으로 논란이 심한 상태다. 내치가 불안한 상황에서 각 국이 다보스 포럼에 집중할 여유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세계화를 주제로 각 국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맡아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등, 각개약진 현상은 선명하게 확인된다.

다보스 포럼이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장소가 아닌, 일종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네트워크의 현장으로 크게 변화된 부분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2018 보아오 포럼 서울회의에서도 벌어졌던 일이다.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보아오 포럼 서울회의가 열렸으나 국내 재계 인사들은 소위 ‘눈도장’만 찍고 대부분 현장을 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 수준으로 열리는 포럼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곳이 아니다”면서 “다보스 포럼 등에 내부 사정이 좋지 않거나, 네트워크 개척을 원하는 이들만 주로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