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 네슬레, 펩시콜라, 유니레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을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넣어 판매하는 합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TERRACYCL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샴푸, 세제, 포장 식품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그들의 제품을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넣어 판매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

P&G, 네슬레(Nestlé SA), 펩시콜라, 유니레버(Unilever PLC)는 올 여름에, 반품, 세척,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유리, 금속 등으로 만든 용기에 제품을 넣어 판매할 계획이다.

그런 용기의 높은 제조 비용과 이미 굳어진 소비자 행태로 인해, 이 프로젝트가 충분한 효과를 달성할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의견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런 노력이 일회용 포장 용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줄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의 그런 노력은 또한, 환경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쓰레기가 줄었다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한 회의에서 "우리가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로 낙인 찍히는 것이 정당한 비난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면서도 “어쨌든 그것이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다. 회사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레버는 우선 9개의 브랜드를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로 판매할 계획이다.

유니레버는 이번 실험 대상 브랜드인 남성용 데오드런트 엑스(Axe)와 도브(Dove) 스틱 데오드런트의 금속제 재사용 용기는 수명이 8년으로, 100가지가 넘는 1회용 데오드런트 포장 용기 쓰레기를 없애 줄 것이다.

▲ 유니레버 남성용 데오드런트 엑스(Axe)의 금속 용기.   출처= TERRACYCLE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 전문 회사 테라사이클(TerraCycle)이 주도해 5월부터 뉴욕과 파리에서 5000명의 고객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한다. 이 실험은 올해 말에 런던, 내년에는 토론토와 도쿄까지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리필이 가능한 용기로 샴푸와 세제를 판매하는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들도 있고, 다 쓴 용기를 가지고 오는 소비자들에게 벌크로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점들도 있지만, 아직은 크게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태스크 포스를 직접 이끌고 있는 펩시(PepsiCo)의 글로벌 스낵 사업부 사이먼 로덴 대표는 "철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런 방식을 시도하고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며 환경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기업들의 이런 결정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부응하는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펩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트로피카나(Tropicana) 오렌지 주스를 유리병에 담고, 퀘이커 초콜릿 크루셀리(Quaker Chocolate Cruesli) 씨리얼을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 판매를 시도할 예정이다.

▲ 펩시의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도 새 병 용기를 제작했다. 왼쪽 아래는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   출처= TERRACYCLE

P&G는 이번 프로젝트에 10개의 브랜드를 시험할 계획이다. 팬틴(Pantene) 샴푸는 알루미늄 병에,타이드(Tide) 세탁 세제는 스테인리스 용기에,  오랄 비(Oral-B) 치솔은 손잡이는 내구성 소재로 만들고 헤드 부분(솔 부위)은 교체 가능하게 제작할 예정이다.

P&G의 친환경 사업담당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 버지니 헬리아스는 "이번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에 익숙해지면 계속 이 제품을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소비자들은 네슬레(Nestlé)의 하겐다즈(Häagen-Dazs) 아이스크림이나 크로락스(Clorox Co.)의 물티슈 등 수 백 가지의 제품에서 재활용 포장 제품을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제품은 별도의 포장 없이, 재사용 가능한 토트백(tote)에 담겨 배송된다. 제품을 다 먹거나 쓰면, 소비자들은 빈 용기를 깨끗이 세척하고 테라사이클에 픽업 일정을 잡는다. 소비자들은 빈 용기를 반환하면 제품을 다시 채워주는 정기구매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테라사이클이 제품 배송, 빈 용기 반환, 세척 등 모든 일을 대행한다.

▲ 하겐다즈(Häagen-Dazs)도 아이스크림 용기를 스테인레스로 제작했다. 출처= TERRACYCLE

재활용 용기 제품은 기존의 1회용 용기를 사용한 제품과 가격은 거의 비슷하지만 사용자는 재사용 용기 한 개 당 1달러에서 10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배송비는 약 20달러에서 시작해 구매 품목을 추가할 때마다 줄어든다.

테라사이클의 탐 스재키 CEO는 "재활용 자체가 쓰레기의 문제의 해답이 아니다."며 "진짜 문제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쓰레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처리 가능성(disposability) 여부 "라고 설명했다.

테라사이클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재사용 용기로 5번 리필하면 1회용 용기 5개를 사용하지 않는 셈이므로 그 만큼 환경이 더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보조하고 포장을 개발하기 위해 제품 당 수 백만 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유니레버의 데이비드 블랜차드 연구개발팀장은 "지금은 단지, 문제가 무엇이고 누가 그런 제품을 사는지 테스트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만약 그런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면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레버는 2010년에도 세탁 세제를 리필 용기에 판매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블랜차드 팀장은 “그러나 소비자들이 용기를 세척하고 다시 매장에 와서 리필하는 것을 불편해 했기 때문에 실험은 부분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도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용기를 청소하거나 매장에 가서 반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테라사이클이 모든 과정을 대행한다) 더 편리하다.

용기 재활용 연구소(Container Recycling Institute)의 수전 콜린스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높은 보증금(1~10달러)을 책정한 것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도덕적인 구매자들만 끌어들이기 위한 것처럼 들립니다."

테라사이클은 프로젝트에 (제조회사들뿐 아니라) 대형 소매업체까지 참여시켜, 고객들이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쉽게 사거나 빈 용기를 반환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프로젝트 비용을 낮추고 적용 범위도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Carrefour SA)가 프로젝트 참여에 서명했다. 테라사이클은 미국, 캐나다, 영국의 대형 소매업체들과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