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모바일 MMORPG는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재미를 부여했다는 평과 본래의 재미를 구현하지 못하는 게임답지 않은 게임이라는 평이 갈리고 있다. 

▲ 모바일 MMORPG의 재미 요소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MMORPG 장르의 핵심 재미는 크게 보면 전투, 육성, 커뮤니티 정도가 있다. PC버전에는 사냥에 대한 논란이 크지 않다. 레벨을 올리려면 시간을 들여 몬스터를 계속 사냥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다른 유저들과의 파티 사냥을 통해 컨트롤·협력 등 사냥 그 자체의 재미도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육성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매크로’로 불리는 자동사냥은 부정한 방법의 편법으로 분류되어 운영진의 제재를 받기도 한다.

MMORPG 장르가 모바일로 넘어오며 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키보드가 없고 화면이 작은 모바일 특성상 사냥 시 세밀한 컨트롤을 할 수 없는 환경이 됐고 전투의 재미는 반감됐다. 게임사는 이에 ‘자동사냥’ 도입을 해법으로 내세웠고 사실상 성공한 모습이다. 자동사냥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캐릭터가 사냥부터 심지어 퀘스트 동선을 찾아가는 것까지 모두 알아서 해준다. ‘하는 전투’는 사실상 ‘보는 전투’가 됐다. 

‘그게 게임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게임이라는 건 실시간으로 조작하고, 화면에 펼쳐진 변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컨트롤과 실력 등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동사냥을 통해 전투 장면을 그냥 지켜보는 것보다는 직접 조작하고 위기 상황을 모면하며 전투하는 게 진정한 재미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파티 사냥과 길드전, PvP 등에서의 실력도 중요시한다. 이런 전투의 재미를 구현하기 어려운 모바일 MMORPG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한 유저는 “PC 시절에는 MMORPG 장르를 오래도록 즐기긴 했지만 모바일로 넘어오며 잘 하지 않는다”면서 “컨트롤 하는 재미가 없고 별다른 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MMORPG의 핵심은 캐릭터가 얼마나 강하냐인데 사실 요즘엔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고 토로했다. 

반면 육성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사용자들도 많다. “재미있다. 다마고치를 하는 기분이다” 검은사막 모바일, 라그나로크M, 리니지M 등 인기 MMORPG를 즐기고 있는 한 유저는 이렇게 말했다. 전투보다는 ‘육성’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있으며 오히려 육성은 자동으로 해결하는 게 만족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는 “직접 실시간으로 전투를 하지 않아도, 장비 등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할만하다. 과금을 하며 즐기지는 않지만 하루에 한 번씩 게임 머니로 구매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사거나 무기를 강화하는 게 쏠쏠하다”고 말했다. 

키우는 재미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사들이 작은 모바일 화면에도 최대한 개성 있는 커스터마이징과 성장에 따른 변화 효과를 넣으려고 신경 쓰는 이유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한 게임 유저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을 예로 들며 “검은사막 모바일이 흥행한 것은 원작 PC의 성과도 있었지만 차별화된 세세한 커스터마이징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장인의 경우 MMORPG를 즐기고는 싶은데 육성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모바일의 경우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자동사냥을 통해 방치해놓을 수도 있어서 오히려 반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장수 PC MMORPG 리니지에 적용될 예정인 리마스터 버전에 자동사냥이 포함된 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내 MMORPG의 장인 격인 엔씨소프트가 게임 유저들의 성향이 단순한 사냥에 시간을 쓰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이성구 리니지 유닛장은 리니지 2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더 이상 유저들은 레벨업만을 위한 단순한 사냥에 시간을 쓰는 걸 원하지 않는 추세다”면서 “그런 부분은 자동으로 해결하고 리니지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전투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동사냥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화가 추세인 게임 시장에서도 편리함을 지양하고 혜성처럼 등장해 성공한 게임도 물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11월 등장할 당시 모처럼 등장한 대작 PC MMORPG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동이 대세인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흥행에 대성공했다. 여전히 조작감과 방대한 스케일의 맵을 탐험하는 재미에 갈증을 느끼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걸 방증한 셈이다. 

▲ 헌드레드 소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출처=헌드레드 소울 홈페이지

모바일 MMORPG 자동사냥에 관한 논쟁은 이달 같은 날 출시한 두 모바일 MMORPG 헌드레드 소울(하운드13)과 스피릿위시(넥슨)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헌드레드 소울은 조작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사냥이 거의 없는 액션과 컨트롤을 강조한 게임이다. 반면 스피릿위시는 ‘방치형’ 게임을 표방하며 상당히 많은 부분에 자동화가 도입돼 있다. 심지어 게임을 종료한 후에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육성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 스피릿위시. 출처=넥슨 유튜브 갈무리

매출 성적으로 비교하면 25일 구글 플레이 기준 스피릿위시는 매출액 순위 4위, 헌드레드 소울이 17위를 기록하며 스피릿위시가 앞서는 모습이다. 다만 헌드레드 소울은 무료 부문에서 브롤스타즈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상당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