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 인물인 곤 전 회장은, 자신의 개인적 역량으로 각기 다른 자동차 문화를 끌어 모으며 동맹을 성사시켰다.    출처= The Driv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르노, 닛산, 미쓰비시는 단독으로는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업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독특한 제휴 방식으로 폭스바겐과 같은 거대 자동차 회사의 판매량을 능가했다.

그러나 그 동맹의 리더였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금융 비리 혐의로 체포된 이후, 잘 나가는 듯했던 이 동맹이 위협받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모든 힘을 잃고 도쿄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 인물인 곤 전 회장은, 자신의 개인적 역량으로 각기 다른 자동차 문화를 끌어 모으며 동맹을 성사시켰다. 이 동맹은 과연 그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이 동맹의 앞날을 전망했다.  

곤 회장 체포 후 무슨 일이?

곤 전 회장이 체포된 이후 이 동맹에 리더십 공백이 생겼다. 오랜 지도자가 갑자기 사라진 상황에서, 르노와 닛산은 힘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서로를 비난하고 나섰다.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닛산이 르노가 동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시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과 함께 체포된 보좌관 그레그 켈리와 함께 그동안 닛산의 이사회를 장악해 왔다. 그러나 닛산은, 즉각 주주총회를 열자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는 더 이상 르노가 회사 대표를 조지우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닛산은 24일, 이사회는 4월에나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 세 회사는 서로 동맹을 맺음으로써 다른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를 능가하는 직원 수만 45만 명이 넘는 하나의 큰 그룹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2017년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101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도요타는 900 만대를 밑돌았지만, 세 회사의 동맹은 1060만대를 팔아 자동차 판매 대수 기준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르노와 닛산이 1999년에 먼저, 구매와 디자인 전문성을 공유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그들은 곤 전 회장의 지휘 책임 하에 하나의 법인처럼 행동했지만, 공식적으로 합병하지는 않았다.

미쓰비시는 7년 뒤인 2016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 동맹은,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Daimler)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픽업트럭과 소형차 생산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고 닛산은 의결권 없이 르노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다.

행복한 한 가족이 되었을까?

르노는 동맹에서 닛산과 미쓰비시보다 더 많은 힘을 행사했지만, 정작 자동차를 더 많이 판 쪽은 닛산이었다. 그것이 닛산의 분노를 자극시켰다. 닛산은 르노가 닛산의 기술, 연구, 브랜드에 부당하게 편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르노측에서는, 곤 회장이 닛산의 편에 서서, 르노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곤 회장을 비난했다.

곤 회장은 르노와 닛산이 디자인과 생산에서 서로 더 협력하면 57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양사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의 계획은, 세 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에 섀시 (chassis), 엔진, 변속기의 네 가지 기본 조합을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 닛산과 르노의 파트너십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어느 회사도 동맹을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AutoPlus

다른 회사들도 합종 연횡

닛산-르노 동맹은 초기 단계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기술적 붕괴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사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고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도 이달 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동맹을 발표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최근까지 다른 빅 자동차 회사와 합병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실제로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체도 2014녕에 두 회사가 합병한 회사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이미 지난2017년부터 BMW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협력해 왔다.

다임러와 BMW도, 우버나 구글의 알파벳과 경쟁하기 위해, 차량 공유 사업을 합쳤다. 자동차 회사들끼리만이 아니라, 기술 회사들과도 협력하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많다. 볼보 같은 회사는 우버의 운전자 없는 차량 테스트에 자사의 섀시를 령 와 들은 Uber의 운전자 없는 자동차 테스트를 위한 섀시를 제공했다.

누가 곤 회장을 대체할까?

닛산은 재빨리 곤을 이사회 회장직에서 밀어냈다. 르노는 곤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되기를 기다려왔지만, 일본 법원은 그를 계속 수감시켰고, 결국 르노는 곤 회장 없이 다음 수순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르노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통합돼 있던 회장직과 CEO를 분리해, 프랑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베테랑 사업가 장 도미니크 세나르를 회장으로, 르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티에리 볼로레를 CEO로 선임했다.

세나르 신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르노 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이사회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은 변함없이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르노는 ‘동맹의 기능’을 감독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곤 회장의 역할을 누가 대신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닛산 자동차는 오는 4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르노 회장을 자사의 새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작

이들의 협력관계는 각 회사들의 성공에 필수적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업계에 강력한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로 생각하고 있다. 이 동맹에 참여한 세 회사는 모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미국, 유럽에서의 수요 감소와 전기 자동차의 등장이라는 강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또한 무역 전쟁이 그들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프랑스의 브뤼노 르 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프랑스와 일본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연구네트워크 스마트카르마(Smartkarma)의 트래비스 룬디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확실히 동맹의 끝이 아니다. 어떤 회사도 그것을 원하거나 그럴 여유가 없다."며 “그러나 곤의 부재는 동맹을 재설정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EIM의 올리비에르 레멀 프랑스 지역담당 이사도 "세 회사간 대화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