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의류회사 직원이라면 옷 하나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세아상역’은 1986년 창립 이래 33년간 의류수출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 역사만큼이나 세아상역의 미싱은 회사 밖에서도 열심히 돌고 있었다. 지난 1월 21일 역삼역(2호선) 인근에 있는 한국문화센터에서는 세아상역 미싱동호회 ‘미싱유’ 회원들의 학구열이 불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아상역 미싱동호회 '미싱유'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미싱유는 2016년에 조직됐다. 세아상역에서 부자재소싱팀을 이끌던 박신희 이사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미싱을 배워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공장의 사건·사고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옷에 대한 지식이 없어 소통의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일정 인원 이상을 모집하면 동호회 활동비를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싱동호회를 만들게 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회원수는 21명으로 동호회에 들어오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미싱동호회의 인기에 대해 묻자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성아 대리(입사 13년 차)는 “의류회사이다 보니 옷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부서를 막론하고 직원들이 직접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리의 말대로 미싱유 동호회원들은 견본팀, 부자재소싱팀 등 옷을 직접 만드는 팀과 관련 없는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모여 있다.

견본팀의 장지영 과장(입사 11년 차)은 “바이어가 요청하는 디자인을 최대한 비슷하게 샘플을 제작하는 일을 맡고 있는데, 옷을 만드는 회사다 보니 작은 사건 사고가 많다”면서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들의 의견차가 많은데, 그것을 말로만 들을 때보다 직접 실습을 하고 보니 공장의 생산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패턴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건 대학이 마지막인데 지금 2016년부터 동호회를 통해서 패턴을 배우고 있다”면서 “샘플이 만들어졌을 때 코멘트가 오는데 패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 견본팀의 정지영 과장(입사 11년 차)이 재단한 원단을 재봉틀로 마무리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대리는 “부자재소싱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 옷에 실이 얼마나 쓰이는지 길이 계산을 하는 ‘요척’ 업무에서의 오차가 줄어들었다”면서 “그 전에는 옷의 길이를 재서 요척을 계산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되니 여러 번 해야 할 일을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싱유 회원들은 실제로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싼 브랜드의 옷이나 시중에 나오지 않는 자신만의 옷을 만들어 직접 입는다.

품질관리팀의 황한슬아 대리는 “기성복이 아닌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다”면서 “저기 걸려있는 반짝이 빨간색 재킷이 내가 만든 것인데, 앞으로 더 화려하고 디테일이 있는 옷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리는 “동호회 활동이 일에 도움도 되지만 직접 만든 옷이 완성됐을 때 희열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면서 “나의 목표는 많은 옷을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뚜렷한 목표를 밝혔다.

이 대리는 2년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15벌의 옷을 만들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입고 싶은 옷 위주로 제작하고 있다.

이 대리는 “최근에 가장 잘 입고 있는 옷은 원단값 1만2000원에 패턴, 재단, 재봉틀 수업 세 번 그러니까 총 6시간 만에 만든 옷”이라면서 “일 년에 두 번 동호회 정모를 갖는데 그때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입거나 들고 나온다”는 말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회원들은 개인차가 있지만 치마는 4시간에서 8시간, 바지는 8시간, 티셔츠는 4시간, 셔츠는 10시간 만에 만들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갖췄다.

▲ 원단에 옷의 기본이 되는 패턴을 그리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세아상역은 현재 1 대 2 비율로 동호회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개인 급여에서 일부 금액이 결제되고, 그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칭그랜트 형식으로 회사가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책임과 참여도를 모두 충족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15개 동호회에서 4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타 스포츠 동호회나 게임 동호회 등과 같이 끈끈한 조직문화 확립과 업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각자의 목표가 뚜렷했다.

정 과장은 “세아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나가보고 싶다”면서 “물론 대학생들이 많이 나가는 공모전이지만 세아의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옷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대리는 “내년에는 국가고시 양장기능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