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개인 부채가 급증한 한중 경제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2019년 1월 23일, 세계 금융업계는 중국의 부채에 관한 자료를 공개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2018년을 기준으로 할 때 253.1%로, 미국의 248.9%를 훌쩍 넘어선다.

세계 금융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부채 규모이다. 2018년 3분기 기준, 중국 기업들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57.1%이다. 이것은 미국 72.6%나, 일본 101.6%, 유로존 106.5%를 웃도는 수치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금 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은 중국 정부가 연 초에 꺼내든 양적 완화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빚과 이자에 시달리면,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이 이런 경제 위기를 극복할 저력을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국 금융위기 여파가 들이닥친 2009년, 중국은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경제성장률 회복 효과만 제공했고, 오히려 기업들로 하여금 막대한 부채를 지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 부채들은 최근 10년 이내에 중국 정부가 양적 완화를 시도했을 때 생긴 부채이다.

▲ 셔터스톡

세계 금융업계는 2019년 중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10년 전의 전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한다. 경제 부양을 위해서 과도하게 돈을 푸는 방식이 오히려 산업 생산력이 떨어진 기업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 연착륙을 위한 방안은 중국 경제를 회복 불능으로 만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은행들의 돈 잔치의 종국, 영화 『빅쇼트』

2015년 아담 멕케이 감독이 만든 『빅쇼트』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라이언 고슬링이 내레이터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는 4명의 괴짜 천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20조 원의 판돈을 걸고, 미국 은행들과 거대한 도박판을 벌인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심각한 것을 인지한 4명의 투기자들이 미국 경제가 박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가 폭락 쪽으로 투자를 감행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 포지션은 롱, 하락 포지션은 쇼트라고 말한다.

호황이 이어지던 미국 금융 시장에서, 그냥 쇼트도 아니고, 빅쇼트에 투자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괴짜라고 불린 것은 당연했다. 그들이 쇼트에 투자하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자, 그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투자금 환수를 요구했고, 은행들은 미친 사람들이 찾아와서 공돈을 맡겼다고 환호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4명이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이 지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생했고,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빅쇼트에 투자해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은 4명은 천재 소리를 들었다.

중요한 것은 4명이 천재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부를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금융기관들이 폭락하는 상황에 비례해서, 4명에게는 보상 수익이 생겨났다. 누군가의 비극을 자신의 행운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할 사람도 있겠지만, 행운이 오기 전까지는 오히려 그들 4명이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비극의 주인공들이었다.

 

미국 금융시장의 뜨거운 손 현상

영화 『빅쇼트』는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조합한 드라마이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브래드 피트, 핀 위트록 등이 등장하는 상황은 픽션이지만, 내레이터 라이언 고슬링과 코멘테이터 리차드 탈러가 출연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이다. 따라서 영화 『빅쇼트』는 작중 주동인물들의 연기 속에, 내레이터와 코멘테이터가 끼어드는 형국이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는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카지노에 나타난다. 그리고 블랙잭 테이블에 앉아서, 인간의 인지적 편향에 대해서 설명한다. 감독 아담 맥케이는 리처드 탈러를 등장시켜, 2008년 금융 위기의 본질을 요약한다. 영화에 몰입하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면서도 밝히고 싶은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것은 『뜨거운 손 현상(Hot Hand Phenomenon)』이다. 이것은 1985년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가 인지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이론으로, 슛을 성공시킨 농구선수가 다음 슛 역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믿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 슛과 다음 슛의 성공률은 똑같지만, 연달아 슛을 성공하면 선수와 관객 모두 슛 확률을 높여 잡게 된다. 이런 비이성적 판단이 바로 뜨거운 손 현상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전까지, 미국 경제가 현재까지 좋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경제는 좋지 않았다. 특별히 주택담보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단계의 모기지론 가입자들의 상황은 너무나 안 좋았다. 아무도 미국 금융위기를 고민하지 않았다. 뜨거운 손 현상이었다.

 

한국 경제의 뜨거운 손 현상

최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이다.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호주 캐나다에 이어 3위이다. 한국의 지난 5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15%. 중국의 18%에 이어 두 번째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최급 급증한 부동산 관련 부채로, 부실 위험성도 높다. 정부의 강한 규제와 부동산 거래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2채 이상 주택에 투자한다주택자는 총 873,000명으로,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해 400조원 이상의 부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다.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은 냉각 조짐을 보인다.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은행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차주의 채무 상환불이행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꺼지면, 한국 경제는 위기다.

2019년 1월 24일, 한은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6%로 0.1%p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리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미국 국민들은 『뜨거운 손 현상』을 확신했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지면서, 소위 중산층이라고 불렸던 까지 서민들까지 거리로 나앉는 사태가 벌어졌다. 슛 확률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세계 어느 나라든 경제 수준에 맞는 경제 양식이 존재한다. 그보다 과한 것은 거품이다.

2019년 중국 경제가 지금 『뜨거운 손 현상』을 맞고 있다. 시장경제로 돌아선지 41년째인 중국은 계속 8%의 경제 성장을 해오다, 최근 6%대로 주저앉았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생산성이 떨어진 기업들이 가진 높은 부채비율이다. 중국 경제 위기가 공포로 느껴지는 것은 한국의 집값 상승에도 『뜨거운 손 현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