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2009년, 막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3G 핸드폰으로 데이터를 아껴가며 인터넷을 사용했다.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MBC <무한도전>은 일반 화질로 본방 사수했다.

#2019년, 스마트폰은 LTE를 넘어 5G 시대다. ‘본방사수’는 옛말이다. IPTV로 재방송을 몰아서 본다. 드론으로 찍은 3D 프린터로 만든 다리(橋)사진을 기사로 본다.

5G, 지상파 UHD, IPTV, 3D 프린팅, 드론, 바이오시밀러, OLED,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 기술들은 불과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산업들이다.

당시 군대에서 막 전역해 복학생이었던 기자는 이를 의미 없는 발표, ‘전시 행정’이라고 치부했다. 이번 발표를 접하고 과거 자료를 찾다가 10년 전 당시 기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금융위원회는 기업투자지원 프로그램 운영방안을 내놨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뿐만 아니라 △데이터블록체인·공유경제 △AI △수소경제 △미래자동차 △드론 △바이오헬스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스마트공장 △에너지신산업 △핀테크 등 전략투자·핵심선도사업 분야를 합쳐 10조원가량 지원한다.

기업당 최대 시설자금 2500억원, 운영자금으로 300억까지 지원받는다. 기술사업화, 지식재산권 확보 등에 필요한 컨설팅 및 기술거래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굴뚝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 지식 산업으로 넘어가며 무형의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담보물권 중심의 기존 가치평가 방식은 지식재산권,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지식 기반 산업을 하는 회사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위의 투자 방안 중 산업은행이 주식·사모사채·주식 관련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형자산 가치평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래 이익 혹은 미래 현금흐름을 예상해 산업은행이 주주가 되는 것은 현재 지식산업 생태계에 단비 같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중소기업금융 전문 투자 중개회사 도입에 대한 방안 역시 지식산업 중심 회사가 자금을 쉽게 조달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모 방식으로 제한하고 투자 중개회사에게 절차상 편의를 제공했다.

또한 기술사업화, 지식재산권 확보 등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기술가치평가 등 기술거래도 지원한다. 이번 발표를 통해 지식중심기업에게 사업화 입구부터 출구까지 금융위가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0년 뒤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짓고, 스마트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휘발유 대신 수소차가 당연한 시대가 될 수 있다. 그 시기가 되면 10년 전인 현재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가지 지원방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또 다시 기사를 쓸지 모른다. 발전 과정에서 많은 잡음들이 있겠지만 그것이 ‘미래’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