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산 일이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유기동물 200마리 안락사 지시다. 많은 의견이 오가는 중에 일부에서 동물의 죽음, 그 후를 돌아보는 시선들도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2018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최근 3년 연평균 14.1%씩 성장해 2017년 약 2조3300억원에 이른다. 2027년에는 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오는 2023년 4조578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KB금융지주 2018 반려동물 보고서

그와 비례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가정 등 병원 외에서 죽었을 경우 생활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하거나 허가받은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당연히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는 가운데 민간 동물 장례업체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31개 민간 동물 장례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도 최초로 공립 반려동물 장례식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액 100억원 규모다.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예산의 30%는 국가가 지원하고, 나머지 70%는 지자체 몫이다. 김해시와 임실군에 건설된다. 건립 후 운영방안은 구체적 논의가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로 민간위탁보다는 공공시설로 운영되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임실군 관계자는 “임실군 내에 있는 오수면은 ‘오수의 개’로 유명한 지역이라 반려동물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장례시설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라며 “운영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신노동이고 24시간 운영이 필요하다 보니 위탁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시 관계자도 “공공 동물 장례시설을 건립해달라는 주민 요구가 있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 국내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반려동물은 개로 전체 75.30%를 차지한다. 출처=KB금융지주 2018 반려동물 보고서

관건은 세금이다. 정부기관이 공적인 시설을 건설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왜 내 세금으로 공적 시설을 건설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된 세수가 확보되고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아직까지는 동물을 기르는 데에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현재 동물 관련 세금은 동물등록에 필요한 수수료와 내장칩 구매 비용 등이 전부다.

반면 독일 등 반려동물 선진국은 동물세를 시행하고 있다. 베를린 일간지 <더 로컬>에 따르면 베를린의 강아지세 수입은 한 해 1100만유로(140억원) 정도다.

현재 동물세 논의는 일부 단체 등에서 나올 뿐, 국가 차원에서 깊이 이야기된 적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동물세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동물세 관련 연구도 미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중에 공립 동물 장묘시설이 설립되다 보니 세금과 연관된 논의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부가 올해 최초로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에 예산을 투입한다. 총액 100억원 규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동물세 관련 쟁점은 대체로 ‘선 세금 후 정책’과 ‘선 정책 후 세금’으로 갈린다. 세금을 먼저 내고 장묘시설 같은 동물복지 정책을 개선하자는 입장과, 동물복지 정책이 선행되지 않은 중에 세금을 먼저 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중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기르던 강아지를 수목장한 A씨는 “먼저 세금을 내면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세금을 내도 좋다”라며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려동물을 묻은 나무 밑에 노란 꽃이 피었는데 정말로 가족처럼 잘 보내준 기분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B씨는 “낼 의향은 있다”라며 “하지만 먼저 선진국 수준으로 동물복지법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선 세금’을 주장한다. C씨는 “세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세금을 내지 않고 권리를 찾으려 하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D씨는 “동물세 논의를 구체적으로 할 수 없는 정부 입장은 이해한다”라며 “그래도 건립 후 유지보수 등 장기적으로 예산이 들어갈 사업이라면, 동물용품 관련 세금을 올리는 등 간접적인 세금에 대한 논의 정도는 이뤄졌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님비(NIMBY) 문제도 있다. 거주지역에 장례시설을 세우기가 꺼림칙하다는 의견이다. 과거 민간 동물화장장 건립 시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잦았다. 실제로 공립 장묘시설 대상지인 김해시와 임실군에서도 반발이 있다.

김해시 측은 “님비 현상 때문에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정확한 건립 시기는 의견조율 후 부지가 선정되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임실군도 “반발하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민간 장묘시설을 여러 곳 탐방하면서 오랜 기간 설득해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