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매출 9조9381억원, 영업이익 4조430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전체 실적은 이상적이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분기 매출 25조6695억원, 영업이익 5011억원을 기록해 크게 휘청였다. 그 외 조선, 해운, 중공업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우 나쁘다.
물론 현재 한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기가 왔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제조업 분야가 크게 휘청이고 있으며, 그 연쇄적 파급효과가 전 영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복되면 고용시장부터 상당한 위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병이 되는 법이다.
정부는 소득주조성장이라는 큰 틀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다. 이상적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대기업들로만 구성된 ‘팀’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나친 4번 타자 의존도’다. 각 영역에 버티고 선 대기업들이 사실상 한국 경제의 실력을 홀로 보여주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평상시에는 큰 문제를 노출하지 않지만 위기 시에는 상당한 문제가 된다. 4번 타자가 헛스윙이라도 할 경우 해당 산업 전반에 대한 한국 경제의 장악력이 뿌리까지 흔들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스마트폰만 봐도 화웨이와 샤오미, BBK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특유의 네트워크로 집단군 체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삼성전자 홀로 단기필마로 전장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4번 타자가 지나치게 부각되면 부의 쏠림도 심해지고, 그 외 시장 독과점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바라는 지향점도 아니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국내 플레이어를 키워 일종의 상향 표준화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우리도 공을 잘 던지는 투수와 큰 그림을 보며 경기를 조율하는 포수, 발이 빠른 도루주자가 필요하다. 이들이 존재하면 4번 타자는 더욱 마음을 놓고 ‘큰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법이다. 최소한 이를 육성하려는 다양성의 실험이 시작되어야 한다.
혹자는 중국의 경우 거대한 내수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뛸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시장은 세계며, 모두가 4번 타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올해 한국 경제는 각 영역별로 이뤄진 최고의 조합으로 팀이 꾸려져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어도, 최소한 시도는 해야 한다. 벌써 많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