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는 최근 경기도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을 3기 신도시로 발표했다. 100만㎡ 이상 4곳(12만2000호), 100만㎡ 이하 6곳, 10만㎡ 이하 31곳 등이 신규택지로 지정됐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내년 하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2020년 지구계획을 수립하고 보상에 착수해 2021년에 주택공급을 개시한다.

이 같은 3기 신도시 공급은 그간 문제로 지적돼왔던 서울의 주택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실제로 3기 신도시 공급의 핵심은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의 분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3기 신도시 입지는 ‘서울과 30분 거리’라는 원칙하에 서울 인접지역에 조성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서울의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와 서울 근교의 주택공급은 더할 나위 없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신도시와 신도시 간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1순위 청약에서 899가구 모집에 843명이 청약하며 미달됐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한 ‘우미린 더퍼스트’의 형편은 이보다 조금 나은 2.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용 74㎡B 타입은 2순위 청약자까지 넘어가기도 했다. 불과 두 달 전 검단신도시 마수걸이 분양이었던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이 특별공급을 제외한 951가구 공급에 5943명이 청약하며 평균 경쟁률 6.25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분양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이유로는 검단신도시보다 서울과 더 가까인 입지에 위치한 인천 계양의 3기 신도시 공급이 꼽힌다. 인천 계양 신도시는 검단신도시보다 입지상 서울과 가깝고 교통망 개선책까지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천지하철과 공항철도 계양역을 기점으로 검단신도시는 북서쪽에, 계양 신도시는 남동쪽에 위치하며 직선거리로 5㎞에 불과하지만 서울 접근성 등은 계양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인천 계양이 3기 신도시로 발표됐을 무렵 2기 신도시 수요의 빨대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올 상반기 검단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단신도시에서 나올 물량이 많은 상태에서 바로 인근에 교통이 더 좋은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수요자들이 이쪽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2기신도시들은 빨대효과로 계속 사람들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신도시 주민들 역시 3기 신도시 공급으로 인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주 왕숙신도시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다산신도시 주민들은 왕숙신도시 발표 소식에 난색을 표했다. 다산신도시 규모는 3만2000여가구로 남양주 왕숙 신도시(6만6000여가구)가 들어설 경우 서울로 진입하는 도로의 교통난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산신도시에 거주 중인 박 모 씨(41세)는 “국토부가 왕숙신도시로 인해 교통망을 신설하겠다고는 하지만 결국 기존 선로에 역사 하나만 더 생기는 것일 뿐”이라면서 “왕숙지구 7만여가구가 입주할 경우 교통지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를 조성해야 하는 LH와 기존 토지주들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일대 주민들은 1월 11일 ‘3기 하남교산 신도시 대책위원회’를 통해 공공택지지구지정 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석철호 위원장은 “그동안 피땀 흘려 농토를 일구면서 전과자가 되는 고통을 받아왔는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지역에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신도시 계획의 철회를 주장했다. LH하남사업본부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LH하남사업본부 관계자는 “토지보상비의 경우 개발 후 상승차익 등을 고려해 향후 주택 수선 등에 사용된다”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공공기관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