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최대 경영실적을 거뒀으나 반도체 단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아 최근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반도체 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으며, SK하이닉스가 바닥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4일 지난해 매출 40조4451억원,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15조54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52%, 순이익률은 38%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으며 2년 연속 최대 실적 기록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다. 매출 9조9381억원, 영업이익 4조4301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각각 13%, 32%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지난해 상반기에는 위력을 발휘했으나, 하반기부터 사실상 끝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사정이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고, 평균판매가격은 11%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으나, 평균판매가격은 21% 떨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D램의 가격은 다소 상승했으나 출하량이 떨어졌고, 낸드플래시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가격 낙폭이 더 크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올해 하반기다. D램은 당분간 서버용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나, 하반기부터는 16기가비트(Gb) 기반 제품을 지원하는 신규 서버 플랫폼 출시로 고용량 D램 모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멀티플(Multiple) 카메라 채용 등 고사양 모바일 제품 출시도 기기당 모바일 D램 탑재량 증가세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파생 라인업이 뒤를 받치면 수요와 공급이 회복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낮아진 가격에 따른 고용량 제품 판매증가가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소비자용 SSD(Client SSD)와 기업용 SSD(Enterprise SSD) 시장 모두 고용량 제품 채용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다소 기계적인데다 정형화된 추정이다. 당장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대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부가가치 라인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서는 16Gb DDR4 제품의 고객을 확대해 서버 고객의 고용량 D램 모듈 채용을 이끌어내고, 성장성이 높은 HBM2와 GDDR6 제품의 고객 인증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미세공정 기술 전환 중심으로 생산을 전개하기 위해 1세대 10나노급(1X)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2세대 10나노급(1Y) 제품의 안정적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72단 3D 낸드를 기반으로 기업용 SSD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96단 4D 낸드도 적기 양산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며 시장에 부정적인 충격파를 최대한 억제하는 선에서 정교한 핸들링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018년 배당을 두고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50% 올려 주당 15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