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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이오 무엇이 문제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지속?…업계는 ‘위축’원칙회계가 대세…규정중심이냐 원칙중심이냐 ‘엇박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과 관련, 제약바이오업계가 더불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정하고 행정 처분을 의결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행정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월 22일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제재를 가한다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행정처분을 효력을 정지했다. 한국 바이오의약산업이 생산부문에서 연평균 성장률 9.1%를 기록하고, 수출부문에서 2015년 흑자 전환 이후 이를 유지하면서 관련 업계가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 등 금융당국의 ‘바이오 테마 감리’에 업계가 위축될 우려가 제기됐다.

규정중심 VS 원칙중심 회계 기준 충돌

삼성바이오 사태의 본질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정성 판단이다.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한국이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채택하기 전까지 활용한 기준이다. 이는 계정과목별 설명과 상세 열거를 요구하는 ‘규정중심’인 회계처리 방법이다. IFRS는 최소한의 항목만 규정하는 ‘원칙중심’의 회계처리 방식으로 원칙과 근거만을 요구한다. 기업에게 일정부분 재량권이 있는 셈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IFRS 방식의 도입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지는 기업 활동에 세부 규정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면서 “기업에게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됐으나 감독당국의 기준은 여전히 ‘규정중심’이므로 엇박자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K-IFRS 회계기준은 K-GAAP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K-GAAP에서는 개별 재무제표가 중심 재무제표지만, K-IFRS에서는 종속회사가 있을 땐 연결재무제표가 중심 재무제표다. 두 번째는 K-GAAP는 취득원가나 역사적 원가에 입각해 자산을 평가하지만, K-IFRS는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시장가치)로 평가한다.

K-IFRS가 기반을 둔 철학은 실질적 시장가치에 기초해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교수는 “기업은 K-IFRS에 기초해 회계처리를 했지만 금융당국은 K-GAAP에 기초해 감독을 한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과 관련한 용어 정리(위)와 시기별 설명. 출처=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개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고, 회계업계는 사태를 주시하면서 'K-IFRS에 기초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준을 잘 지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회계사는 “회계처리라는 게 사실 분식회계냐 아니냐라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면서 “처음에는 다들 삼성바이오가 기준을 지켜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이 대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사태가 지속하면서 대세가 오가고 있긴 하지만 삼성에서 유출된 문건과 관련, 이것만으로 분식회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내용을 더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첫 번째 이유로 바이오에피스의 제품 출시가 꼽힌다.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시 합자한 바이오젠은 50%마이너스1주(50%-1주)까지 콜옵션(미리 정한 행사가격)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바이오에피스가 2015년 글로벌 매출 순위권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시판허가를 획득하면서 콜옵션 비용보다 지분가치가 더 높은 내가격 상태가 됐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논란 주요 쟁점과 입장에 대한 논거. 출처=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이오젠이 언제든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자 삼성바이오는 보수적 회계처리로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회계)에서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변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치를 재무제표에 우선 반영하는 것은 시차에 따른 손실을 방지할 수 있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삼성바이오 사건은 종래의 회계기준인 미국식의 GAAP 방식으로부터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IFRS 방식으로 변경해서 우리 자본시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법적용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계 이슈는 삼성바이오만의 일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성장이 더뎠던 바이오산업을 크게 주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자금이 몰리는 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회계처리 등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차바이오텍, 제넥신 등 10개 기업이 2018년 4월부터 기업 특별감리를 받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일시 상장폐지가 있었으며 2018년 12월에는 셀트리온이 회계감리를 받았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각 기업의 회계문제는 해당 기업의 문제이지만, 바이오업계 전체가 수세에 몰려 위축되는 것도 맞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바이오 회계 이슈는 해당 기업의 일로 선을 그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 바이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2018년 4월 이익미실현기업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도록 혁신기업들의 원활한 코스닥 상장을 지원했다. 9월에는 신약, 바이오시밀러, 제네릭, 진단시약별로 개발특성을 고려해 개발비의 자산화 처리 기준에 대해 감독지침을 정했다. 당국은 지침에 따라 회계를 처리할 시 관리종목이 될 가능성이 커진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특례상장기업 요건에 준해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이 외부 감사절차를 통해 판단한 회계처리에 대해 정부가 기업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어 다양한 회계 이슈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산업 성장에 따라 차차 정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려하는 것은 회계 등 바이오업계가 우선적으로 타겟이 된다면 활력을 찾은 업계가 다시 위축될 수 있지 않을까다”고 말했다.

황진중 기자  |  zimen@econovill.com  |  승인 2019.02.18  07: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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