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계 전반에서 고용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는 지속해서 고용이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령제약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보령제약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양과 질을 모두 충족하는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식‧수출에 기반을 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자, 2018년 8월 정부가 8대 선도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헬스산업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와 주목된다.

고용난 심각한데 10년 동안 꾸준히 고용확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제약업계 고용현황’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집계된 인원만으로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2.7%씩 고용을 늘려왔다. 특히 연구개발(R&D)직군과 생산직 인력이 전년 대비 지속 늘어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산업계가 양질의 의약품 개발과 품질관리 분야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 수는 2017년을 기준으로 9만5524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 7만5406명에 비해 2만118명 늘었다. 퇴직자를 감안하면 해마다 2000명 이상을 신규로 고용했다고 풀이된다.

▲ 2017년 제약업계 고용현황.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제약업계 고용 현황.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전 산업계에서 청년고용증가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나타난 점도 눈길을 이끈다. 고용정보원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청년 고용이 증가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의약품제조업이 45.5%로, 전 산업에서 가장 비중이 컸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제약기업 10곳 중 4.5곳이 청년고용을 늘렸다는 것으로 제조업 27.6%와 전 산업 평균 23.4%를 웃도는 수치다.

제약바이오산업계 일자리는 양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과 고용 안전성 부문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R&D직군은 2016년 1만1862명으로 2011년 8765명에 비해 약 3000명이 늘었고, 2016년 한해에만 800여명이 증가했다. 정규직 비중도 높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전 산업 평균 정규직 비중 67.1%에 비해 제약바이오산업 정규직 비중은 94.9%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토대로 22개 제조업 중 향후 10년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보면 고용증가율에서 의약품제조업이 3.4%로 1위다”면서 “업계는 국민 건강주권을 지키면서 일자리 혁명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2018년 약 6000명 채용…석‧박사급 인재 절실, 지원방안은?

제약바이오산업계는 2018년 약 6000명 이상의 인재를 채용했다. 상반기 3286명을 포함 하반기에는 2956명을 신규로 뽑았다. 이는 2017년 채용실적인 약 3900명에 비해 52% 증가한 수치다. 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2018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장에는 약 3000여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몰렸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려 박람회장은 복잡할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 몰랐다”면서 “다음에는 더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채용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끼리 말을 나눴다”고 말했다.

R&D 투자액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는 제약바이오산업계 일자리는 석‧박사 비중이 71.7%로 산업 전체 평균인 32.5%의 두 배를 웃돈다. 해당 분야의 인력이 없어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명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연구직에서는 석‧박사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제약바이오기업들 사이에서 서로 인재를 데려가려고 할 정도인데, 새로운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18년 8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했을 시 “송도를 중심으로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조성과 실무 중심의 제약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센터 구축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분석에 따르면 제약바이오기업은 생산과 연구 등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현장형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나, 현행 교육체계는 기초학문 위주로 편중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복지인력개발원, 첨단의료복합단지, 제약바이오협회, 대학 등을 연계한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지원을 추진하고 특히 실무형 인재양성 전문교육기관 설립‧운영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제약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과제는 재직자를 대상으로 단기 재교육 위주로 구성돼 신규 전문인력 양성이 미흡하다고 분석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제약바이오기업의 R&D, 임상, 생산 부문 모두에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신약개발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는 생명공학이나 약학에 대한 이해와 함께 데이터사이언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융합형 인재가 절실해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